“굶주림보다 독재가 낫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으로 악명이 높았던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소작농인 보안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해봐야 자식 셋과 먹고 살기 힘들다”며 “차라리 정부가 식품과 연료 구입비를 지원해줬던 수하르토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하르토의 장기집권과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국민들도 경제 형편은 10년 전이 좋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치 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한국 경제가 곤두박질친 뒤 ‘박정희 향수’가 거셌던 국내 상황을 연상시킨다.
인도네시아는 98년 30년 넘게 장기집권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물러나 민주화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가난과 부패는 여전하고 이슬람 민병대의 테러 공격으로 주력산업인 관광업도 타격을 받았다. 양극화가 극심해 농촌 인구의 5분의 1이 빈곤선 밑이고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이 높아 국민의 10%가 실업 상태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절반은 하루 1만8700루피아(약 1800원)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스티븐 슈워츠 국제통화기금(IMF) 지역 담당관은 “일반 국민들이 경제 회복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장 가난한 계층부터 보호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개방경제에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극심한 빈곤이 정치적 안정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교육과 보건,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올해 상수도와 전력, 주택 공급 등에 51조루피아(약 5조1150억원)를 배정했다.
정치연구소인 하비비 센터의 데위 포르투나 안와르 센터장은 “이 정도 예산으로는 지방까지 효력이 미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고문을 지낸 그는 “시골에서는 혼란스러운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차라리 단순한 독재정치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베카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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