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철옹성 미얀마 군부’ 젊은 군인들 태도 변수

등록 2007-10-01 09:52

주택·쇼핑 등 군부에 특혜
승려만으론 변혁 ‘미지수’
1962년부터 철권통치를 이어온 미얀마의 군부는 ‘국가 속의 국가’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미얀마의 군인들과 그들의 일가친척은 강력한 권한을 지닌 인근 타이나 인도네시아의 군부와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특권을 누려왔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군부독재의 최대 암흑기에도 약간의 다원주의가 허용됐던 반면, 미얀마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군인들은 일반인들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산다. 이들과 가족들은 외부와 단절된,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택에 살며 특별 학교와 병원을 오간다. 쇼핑도 일반 가게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물건이 즐비한 영내 가게에서만 한다. 군표만 있으면 어느 비행기나 열차도 무료로 탈 수 있고, 교통 신호를 위반해도 전혀 벌금을 내지 않는 곳이 미얀마다.

이런 군부의 정점에 서 있는 탄 슈웨(74) 장군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머리도 좋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충성심 하나로 1962년 집권한 네윈 장군에게 발탁됐고, 승승장구를 거듭한 끝에 92년 국가평화개발평의회 의장에 올랐다. 외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그는 요즘도 1년에 한번, 3월27일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해 원고를 읽는 것이 유일한 외부 활동이다.

탄 슈웨 장군의 과대망상증은 병적인 수준이다. 자신이 고대 미얀마 왕조를 세운 전사들의 후예라고 믿는다. 집권 뒤 그는 중부 만달레이의 고대 왕궁과 불교 사원들의 재건을 지시했고, 심지어 양곤에서 300㎞나 떨어진 핀마나(현 네피도)로 ‘천도’를 감행했다. 그는 미얀마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장군 출신 국왕 세 명의 거대한 동상을 핀마나에 세웠다. 첫 미얀마 왕조를 세운 아나라타왕과, 타이·라오스 일부까지 영토를 넓힌 전사 바인아웅왕, 세번째 왕조를 세운 알아웅파야왕이 그들이다. 탄 슈웨는 자신의 정권이 이들의 계보를 잇는 네번째 왕조라고 믿고 있다.

미얀마 군부에는 또다른 과거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1942년부터 4년간 미얀마를 통치한 일제의 영향이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독재자 네윈 장군은 일본 헌병대에서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그의 각료들 다수도 일제 때 정통 일본식 군사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그들이 배운 일본 군대식 권위주의는 미얀마 현대 역사를 근본적으로 결정짓고 있다.

일본 메이오대 교수이자 미얀마 전문가인 도널드 시킨스는 저서 <1940년 이후 버마와 일본>에서 네윈 장군이 미얀마내 소수민족에게 적용한 ‘4단 작전’(인력·자금·물자·정보의 단절)이 중-일 전쟁 때 일본의 ‘3광 작전’(태우고, 빼앗고, 죽이는)을 베낀 것이며, 미얀마 군부와 일본군의 유사점은 단순한 잔혹성을 넘어 근본적인 부분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군부가 하나로 똘똘 뭉쳐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한 아무것도 바뀔 수 없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아마도 유일한 가능성은 민주화 세력과 협상할 의지가 있는 젊은 군인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미얀마군 내부에 ‘젊은 투르크’들이 활동한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얀마군 내부에 심각한 분열이 있다고 보는 이들조차 거의 없다.

미얀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다면, 이는 승려들이 아닌 군인들로부터 와야 한다. 이번 시위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도 군인들 일부가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 베르틸 린트네르


*최고의 미얀마 전문가로 꼽히는 베르틸 린트네르는 스웨덴 국적으로, 1982년부터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의 미얀마 특파원으로 활동해왔다. 취재 과정에서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정글에서 18개월을 보내기도 한 그는 <옥의 나라> <버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 등 버마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