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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얀마의 민주화 열기 이대로 꺾이나

등록 2007-10-01 11:11수정 2007-10-01 17:40

미얀마 수도 양곤의 한 강에 온몸에 상처 투성이인 한 승려로 보이는 시체 1구가 떠있는 모습.이 이미지는 30일 ‘버마(현 미얀마)의 민주적 목소리(DVB)‘가 AP 텔레비전(APTN)을 통해 제공한 비디오의 화면을 찍은 것이다. AP 텔레비전은 독자적으로 이 비디오의 내용이나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DVB는 이 비디오가 9월 30일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경은 이날 이 나라의 대도시들을 봉쇄, 대다수 시위자들의 가두진출을 막았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수도 양곤의 한 강에 온몸에 상처 투성이인 한 승려로 보이는 시체 1구가 떠있는 모습.이 이미지는 30일 ‘버마(현 미얀마)의 민주적 목소리(DVB)‘가 AP 텔레비전(APTN)을 통해 제공한 비디오의 화면을 찍은 것이다. AP 텔레비전은 독자적으로 이 비디오의 내용이나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DVB는 이 비디오가 9월 30일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경은 이날 이 나라의 대도시들을 봉쇄, 대다수 시위자들의 가두진출을 막았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과 제 2도시 만달레이 등에 물결쳤던 민주화 시위의 거센 파도가 주말을 거치면서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양곤 시내에서만 10만명을 넘었던 시위대의 규모가 수천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도도하게 시내 중심가를 휠쓸던 시위의 양상도 지난달 26일 미얀마 군정이 총과 곤봉을 앞세운 무력진압에 나선 이후 산발적 '게릴라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주말 미얀마 군정은 양곤에 투입돼 있는 2개 사단 외에 1개 사단을 증강 배치해 시내 곳곳을 물샐틈없이 틀어막고 있다. 마치 민주세력의 마지막 숨통 조이기에 나선 분위기다.

3천여명이 희생된 1988년 8월 민주항쟁 이후 19년만에 분출된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는 또다시 꺾이는 것인가.

◇군정 "시위진압 종료" = 미얀마 군정은 지난달 29일 국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반정부 시위를 완전 진압했다고 발표했다.

양곤과 만달레이에는 무장병력이 주요 길목마다 깔려 있고 시내 중심가의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아 인적이 뜸할 정도다.

이번 민주화 시위의 성지 역할을 했던 양곤 시내 쉐다곤탑과 술레탑 사원 주변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시민의 접근뿐만 아니라 사원 내에 있는 승려들의 출입도 통제된 것이다.

미얀마의 항쟁 소식을 국제사회에 실시간으로 전해온 인터넷 라인도 끊겼고 휴대전화도 불통상태다.


군정이 시위진압을 선언한 당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에서는 10만명이 동원된 군정 지지 관제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군정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버마를 위한 미국운동'측은 최대 200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심점 잃은 민주화 시위 = 진압군이 시위대에 총탄을 발포한 지난달 26일 이후 미얀마에서는 대대적인 검거 선풍이 불었다.

군정이 체포한 시위주동자 수는 최소 300명에서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88년 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반체제 인사들과 승려, 학생 지도자들은 수갑을 찬 채 군용차량 등에 태워져 어디론가 끌려갔고 체포를 면한 사람들은 국외로 탈출하거나 '지하'로 몸을 숨겼다.

양곤 시내를 선홍색 가사로 물들였던 승려들은 사원 내에 강제 감금됐다. 불교사원은 진압군에 의해 점거된 상태다.

민주화 시위를 이끌어왔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19년 전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와 '전국민주연맹'이 중심이 돼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전국적 시위를 추동해 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 군정의 초기 유혈진압과 체포령으로 인해 민주화 열기가 철저하게 짖눌려있는 듯한 양상이다.

"우리가 승리할 가망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시위대에 용기를 줬던 승려마저 감금상태"라는 낙담한 시위참여 여성의 언급은 미얀마의 민주세력이 처한 현주소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불씨 살아날 가능성 없나 = 표면상 수그러들고 있는 민주화 열기가 이대로 꺼질 거라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비록 군정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시위대의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유혈진압 이후에도 매일 수 천명씩 양곤과 만달레이 등지에서 산발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제3, 제4의 도시에서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얀마 북부 파코쿠에서는 군정의 유혈진압이 계속되던 지난달 29일 수천명의 시위대가 2시간 가량 평화 가두행진을 벌였다.

군정의 체포령을 피해 지하로 숨어든 반체제 인사들은 진압군이 배치되지 않은 곳을 택해 기습 시위를 하는 전략을 구사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AFP통신은 전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민주인사들의 활동이 이번 시위를 계기로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향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살리는 불씨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과 미얀마 인접국인 태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미얀마의 망명인사들을 중심으로 반군정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미얀마의 주요 교역국이 미온적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자국 기자가 희생된 일본 등은 다양한 제재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미얀마 사태의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12년째 가택연금 상태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연금해제 여부도 초미의 관심이다.

아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가 수치 여사를 만날 수 있도록 군정이 허가했다는 점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군정이 유화 제스처로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조기에 해제할 가능성이 엿보인 대목이기 때문이다.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는 이번 주가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정의 유혈진압에 눌려 그대로 주저앉을 것일가 아니면 특정 변수의 돌출로 새로운 불씨가 지펴질 것인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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