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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무력 동원 헌법효력 정지…야당인사 줄체포

등록 2007-11-04 20:52수정 2007-11-05 01:19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3일, 대법원이 군·경에 봉쇄된 가운데 경찰관들이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 공관 앞을 지키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3일, 대법원이 군·경에 봉쇄된 가운데 경찰관들이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 공관 앞을 지키고 있다. 이슬라마바드/AFP 연합
‘국가비상사태 선포’ 벼랑에 선 파키스탄
무샤라프 대통령 ‘대선 위헌판결’ 우려 극한 승부수
군·경 대법원 포위속 독재비판 대법원장 해임
의사당 앞 수백명 시위대 무장경찰과 대치

이슬람주의 세력의 무장투쟁과 독재에 대한 반발로 정국이 요동치는 파키스탄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마지막 도박이 지정학적 요충지의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의 운명이나 ‘테러와의 전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무샤라프는 3일 기습작전을 벌이듯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대세력 제압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정규방송이 갑자기 중단된 것과 비슷한 시각에 준군사조직이 대법원 건물을 포위해 대법관들한테 현행 헌법 효력을 중단시키고 ‘임시헌법 명령’을 승인할 것을 종용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언론사들도 장악한 군경은 국영을 제외한 방송의 송출을 중단시켰고, 정부 비판이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동향을 담은 보도를 금지시켰다. 무샤라프는 또 독재를 비난해 온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을 해임하고 자신한테 우호적인 인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했다. 경찰은 4일까지 야당 지도부 등 500여명을 체포했다.

지난 1일 두바이로 출국했다가 비상사태 선포 소식에 급거 귀국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말하고, “독재가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초헌법적 조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의사당 주변에서는 시위대 수백명과 소총을 든 경찰이 대치했다.

최근 파키스탄 충돌 상황
최근 파키스탄 충돌 상황
3일 한밤중에 텔레비전 대국민연설에 나선 무샤라프는 “극단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제때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파키스탄의 주권이 위험에 처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의 발호와 빈발하는 테러를 “고통스런 결단”의 이유로 든 것이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도 남북전쟁 때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며, “이 나라가 자살을 택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충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비상사태하에서는 선거가 1년 연기될 수 있다”고 말해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의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상사태 선포는 사면초가에 놓인 무샤라프의 극단적 승부수로 이해된다. 특히 대법원이 10월에 의회에서 치러진 대선의 적법성에 대한 판결을 이번주에 내리기로 예정된 터라, 육군참모총장을 겸임하며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무샤라프는 대법원이 테러조직 가담자들을 풀어주고 있다며 “사법 행동주의”를 비난해, 비상사태 선포에 자신의 ‘주적’으로 떠오른 대법원에 대한 제압 의도도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차우드리 대법원장 집은 경찰에 둘러싸였다.

무샤라프의 독재와 민심 이반, 북서변경주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 세력의 득세는 미국 등의 큰 우려 대상으로 떠올랐다. 인구 1억6천만명에 아프간·인도·이란·중국을 이웃으로 둔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밀착은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의 부활과 맞물려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북서변경주의 10%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수중에 들어간 상태라고 보도했다. 저명한 변호사인 파루크 아단 칸은 “무샤라프-부시 축에 대한 분노”가 이슬람주의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북서변경주에서는 정부군은 물론 여학교에 대한 폭탄공격이 이어지는 등 아프간 탈레반을 연상시키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무샤라프의 축출 가능성은, 파키스탄이 이슬람권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미 국방부가 무샤라프 이후에 대비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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