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국가 비상사태는 파키스탄을 군사독재 치하로 몰아넣은 초헌법적 쿠데타 행위라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강력하게 비판했다.
부토 전 총리는 7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파키스탄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난 3일이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파키스탄인민당(PPP) 총재이기도 한 부토 전 총리는 비상사태 선포가 독립국가로서의 파키스탄의 자생력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날을 세웠다.
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 내 민주세력에 굴종이냐 거리 시위냐의 양자택일을, 서구를 중심으로 한 전세계 민주국가들에 확고한 행동이냐 또한번의 외면이냐의 양자택일을 각각 강요하고 있다는게 부토 전 총리의 주장이다.
이어 부토 전 총리는 공세의 초점을 미국으로 돌렸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유를 위해 일어설 때 (미국은) 당신 곁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지만 2001년 이후 무샤라프 정부에 지원된 100억달러 이상의 미국 돈은 어디에 얼마가 쓰였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라고 부토 전 총리는 지적했다.
더구나 그런 액수의 돈이 파키스탄에 지원됐음에도 불구하고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소탕이나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아편 거래 근절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토 전 총리는 비판했다.
부토 전 총리는 미국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계엄령을 철회하고 60일 안에 다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의 감독 아래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도록 요구함으로써 파키스탄에서 민주주의를 진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독재에 맞서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전제한 부토 전 총리는 파키스탄인들이 나서서 독재자와 극단주의자들을 몰아내고 민주 권력을 회복하며 무기를 쌓아놓고 폭력을 설교하는 정치적 종교학교들을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토 전 총리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파키스탄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보여야 한다며 기고문을 끝맺었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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