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10일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메르데카 광장으로 진출하려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콸라룸푸르/AP 연합
50년 집권당 맞서 수만명 행진…경찰 물대포 저지
식민지 독립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집권 말레이민족연합기구(UMNO)의 통치가 지속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10일 일어났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70여개 시민단체와 야당들이 조직한 이날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 거리를 행진하다 경찰에 의해 저지됐다. 경찰은 시위대 규모를 1만~3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시위는 1998년 마하티르 모하마드 당시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안와르 이브라힘 부총리가 부패·남색 등의 혐의로 체포됐을 때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유령 유권자를 등재한 선거인명부 정비, 부재자투표를 하는 공무원에 대한 압력 중지, 국영 미디어에 대한 야당의 접근권 보장, 유권자 매수 중단 등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콸라룸푸르 시내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다 중심가 사원 근처에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는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내 중심가로 통하는 도로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시위를 주도한 야당 가운데 하나인 인민당을 창당한 안와르 전 부총리는 “말레이시아인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원한다”며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들고 일어섰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휴먼라이츠워치는 “말레이시아의 선거가 유권자 매수와 집권당의 공공재원 독점, 선관위의 편파성 논란 등 혼탁 양상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강력한 통제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가 22년간 집권하는 등 1957년 독립 이후 집권당이 바뀐 적이 없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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