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미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비상사태를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17일 보도했다.
무샤라프는 이날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면담에서 안보상황이 개선되어야만 비상사태를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했다고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전했다.
이 보좌관은 "대통령은 미 특사에게 법과 명령에 의한 질서가 개선될 때에만 비상사태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비상사태는 무장단체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상황에서 법 집행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무샤라프가 '테러와의 전쟁' 파트너로서 자신을 지지해온 미국의 최후통첩성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비상사태 선포로 무샤라프와의 '권력분점' 협상에서 손을 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도 네그로폰테 부장관의 중재를 무시한 채 무샤라프의 친위 과도정부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이처럼 파키스탄 정국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무샤라프와 부토에 대한 설득에 실패함에 따라 향후 어떤 대안을 모색할 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비상사태 선포 2주째인 이날 무샤라프는 최대 민영방송사인 지오(Geo) TV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렸다. 무샤라프는 비상사태 선포 후 모든 민영방송의 송출을 차단했다가 지난 15일 정부 규제를 따른다는 조건을 내걸고 송출을 허용했지만, 지오TV는 이를 거부해왔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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