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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77% 절대빈곤 속 10% 성장 ‘눈앞’

등록 2007-11-18 19:16수정 2007-11-18 19:21

인도에는 극단이 공존한다. 뭄바이 한복판에 자리잡은 거대 빈민가 ‘다라비’의 한 골목. 뭄바이 당국은 23억 달러 규모의 재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곳은 거주지이자 일터”라며 “재개발 계획은 우리의 생계수단을 앗아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인도에는 극단이 공존한다. 뭄바이 한복판에 자리잡은 거대 빈민가 ‘다라비’의 한 골목. 뭄바이 당국은 23억 달러 규모의 재개발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곳은 거주지이자 일터”라며 “재개발 계획은 우리의 생계수단을 앗아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변화의 현장 인도를 가다
극빈·초호화 계층 공존…도시에선 변화 물결 뚜렷
IT등 서비스산업이 추동력…“세계경제 중심 될것”

지난달 30일 인도 유력 <힌두스탄타임스>는 머릿기사로 유명 재벌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무케시 암바니가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주가 상승으로 재산이 623억달러(57조원)로 불어나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622억달러)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앞서 그는 뭄바이 알타몬트 거리에 27층 규모의 대저택을 짓는다고 인도를 떠들썩하게 했다. 가족 6명을 위한 이 맨션에는 체육 및 스파 시설, 극장, 연회장 등을 갖춘다. 관리 상주직원만도 600명이나 된다.

이런 호사 뒤에 절대 다수의 인도인들은 여전히 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2007년 정부 통계를 보면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77%인 8억3600만명이나 된다.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 인구도 2억2500만명이다.

암바니 회장의 대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60만명이 사는 거대 슬럼 ‘다라비’가 있다. 지난 1일 찾은 다라비에는 고단한 삶의 모습이 역력했다. 시꺼멓게 썩은 개천은 악취가 진동했다. 양철지붕이 다닥다닥 이어진 집들 사이로 난 길을 지날 때는 널려진 오물을 피해야 했다. 인력거꾼 데번드라 팔(43)은 “한달 2천루피(4만6800원)를 벌어 부인과 자식 둘을 먹여살린다”며 “가끔 끼니를 걸러야 하지만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눈을 돌리면 변화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배경은 경제의 가파른 성장이다. 인도 경제는 2003년 이후 8~9%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는 9.4% 성장을 하며 10%대 성장 돌파를 예고했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157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해는 240억 달러를 기대한다. 2000년 6000에 머물던 인도 뭄바이의 BSE센섹스 지수는 지난달 29일 20000을 돌파한 뒤 등락했다.

델리 인근 신도시 구르가운. 폭증하는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델리까지 연결하는 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델리 인근 신도시 구르가운. 폭증하는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델리까지 연결하는 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뉴델리 사무소의 김봉훈 박사는 “슬럼과 거지로 인도를 보면 안된다”며 “변화하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에서 인도의 가능성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내셔널증권거래소의 아롭 무르케지 부사장도 “인도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중국만해도 2010년을 고비로 경제활동인구(15~59살)가 감소하지만 인도는 향후 20년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인도가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두 축으로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경제인연합회(CII) 비크람 바드샤 사무총장은 “빈곤 문제는 개발도상국 어디서나 겪는 일”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지금 투자하지 않는다면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의 추동력은 단연 서비스 산업이다. 그 중 아이티 산업은 2000년 이후 연 30%가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수출액도 240억 달러에 이르렀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한다. 역으로 인도 제조업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2006년 기준으로 15.5%에 그친다. 중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54.9%로 30% 수준인 중국을 크게 앞선다. 취약한 제조업이 결국 인도 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시급하다. 인도의 전력 사정은 사업장의 61%가 자체 전력생산 시설을 갖춰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노후한 도로, 항만 등도 포화상태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국내총생산의 4.6%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5일 <한겨레>와 만난 두부리 수바라오 재무부 차관은 고질적인 빈부격차에 대해 “성장률에 비해 빈곤층이 줄어드는 게 중국보다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낙관적 전망을 했다. 그는 또 서비스업 위주의 성장에 대해 “1991년 개혁 이후 서비스가 우선 발전했고 제조업은 뒤처졌다”며 “최근 4년 동안 제조업도 많이 성장해, 격차가 많이 줄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도 거리를 달리는 차 10대 가운데 적어도 2대는 현대차이고 엘지, 삼성은 인도 중산층에서 소비되는 브랜드”라며 “많은 한국기업들이 인도에 와서 투자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뭄바이 뉴델리/박병수 기자 suh@hani.co.kr 한국언론재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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