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타이- 흙더미 보듬고 평화·재건 활기
스리랑카·소말리아- 구호품 배분싸고 내전 격화도
스리랑카·소말리아- 구호품 배분싸고 내전 격화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살던 무타마는 2004년 12월26일 지진해일(쓰나미)로 아이 세명을 모두 잃었다. 그는 사고 뒤 남편과 도시로 나와 인력거를 끌며 힘겹게 살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상처는 깊지만, 삶은 누구에게도 멈추지 않아요.”
3년전 12월26일 아침, 인도양 연안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지진해일은 12개 나라에서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국제사회는 구호·재건 사업을 위해 136억달러(약 13조원)을 투입했다. 마무리 단계인 재건 프로그램은 집을 세우고 길을 닦는 성과를 낳았지만, 피해자들 마음의 생채기는 여전하다.
10만명 이상이 사망한 최대 피해국 인도네시아에서는 재건 사업이 80% 이상 끝났다고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24일 보도했다. 아체주의 수도 반다아체에서는 파도가 집어삼킨 흙길 대신 시원한 4차선 도로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평화가 찾아왔다. 지진해일 뒤 인도네시아 정부와 자유아체운동 반군은 역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한국인 18명 등 외국 관광객들의 인명 피해가 컸던 타이도 발빠르게 일어섰다. 푸껫의 하얀 백사장에는 휴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진해일 뒤 세워진 현대적 시설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한 것이다. 인근 팡응아주 정부는 3년 뒤 관광 수입이 2004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6일 “가난과 부패가 만연한 개발도상국에서 재건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예상과 달리, (국제 사회의) 대규모 구호 사업은 대부분 목표를 달성했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심화된 경우도 있다. 가장 비극적인 사례가 지진해일로 3만명을 잃은 스리랑카다. 지진해일 뒤 스리랑카 정부와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북부 타밀반군들은 구호 물자의 배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고, 이는 내전 격화로 이어졌다. 올들어서만 수백명이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재건사업은 상당부분 진행됐지만, 평화는 더욱 요원해진 것이다. 아프리카 최대 피해국인 소말리아에서도 내전이 악화되며 17년만에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았다.
인도의 최대 피해지역인 타밀나두주에서는 30m가 넘는 파도로 1만여명이 사라졌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아이들을 살리려고, 혹은 헤엄을 잘 치지 못해 목숨을 잃은 여성들이었다. 아내를 잃은 홀아비들은 수천달러에 이르는 보상금으로 ‘쓰나미 신부’로 불리는 10대 소녀들을 사들여 사회적 문제를 빚고 있다. 영국의 시민단체는 보상금의 절반 이상이 술값으로 쓰인 지역도 있다고 전했다.
재건사업이 끝나 국제 기구들이 돌아간 뒤 자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아체투자기구의 자이눌 아리핀은 피해 지역의 1차적 재건에는 성공했지만, 산업 육성과 사기업 등의 투자가 저조하다며 “(2009년 재건 사업이 끝난 뒤) 거품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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