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엔 무슨 일이
샤리프쪽 “인민당 참여하면 총선 수용”…무샤라프쪽도 환영
최악의 소요사태 소강국면…부토 고향은 인적끊겨 ‘유령도시’
최악의 소요사태 소강국면…부토 고향은 인적끊겨 ‘유령도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피살 뒤 1월8일로 잡힌 총선을 강행할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거듭되는 등 파키스탄 정국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주요 야당들은 30일 태도를 바꿔 총선 참여 입장을 표명했으나, 막상 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에 총선 연기를 권고했다. 전국을 휩쓸었던 소요사태도 점점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폭풍전야’ 형국이다.
■ 야당의 태도 변화=총선 불참을 주장했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 쪽은 이날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총선에 참여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총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샤리프 전 총리의 태도 변화는 파키스탄인민당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부토의 아들인 빌라왈과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를 공동의장으로 맞아들인 인민당은 총선 참여를 선언한 뒤 그에게 “총선 거부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지지세력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큐’는 야당의 결정을 반겼다. 홍보책임자 타리크 아짐은 “우리는 이미 1월8일 경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무샤라프와 여당은 정국 혼란을 빌미로 총선을 서너달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된 부토에 대한 동정표가 쏟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선관위의 칸와르 딜라샤드는 31일 회의 뒤 “총선 일정은 2일 최종 발표될 것이지만, 선거 연기를 권고하는 문서를 정부에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부토 전 총리 사망 뒤 소요로 일부지역의 선거인 명부 등 관련 자료가 분실됐다는 이유로 선거 연기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 소요·약탈은 소강 국면=부토 피살 직후 전국을 강타한 소요사태는 30일 군과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면서 처음으로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부토의 출신지이자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신드주 카라치는 유령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공공기관과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이며, 도심에서 차량 행렬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부서진 상점들의 유리창 파편이 도로변에 널렸고, 불탄 차량들이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다.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에이피> 통신 집계를 보면, 전국적 소요사태로 지금까지 적어도 44명이 숨지고 몇천만달러의 재산피해가 났다. 은행 176곳과 상점 몇백곳이 털렸고, 주유소 34곳, 정거장 18곳, 기관차 72량이 파괴됐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파키스탄인민당(PPP)의 공동의장으로 취임한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왼쪽)와 아시프 자르다리(오른쪽)이 30일 남부 나우데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빌라왈은 27일 테러공격으로 숨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이며, 아시프는 남편이다. 나우데로/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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