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2일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의 타이핑섬을 방문해 군 장교들과 악수하고 있다. 타이핑/AP 연합
대만 총통으론 처음…영유권다툼 중국·필리핀 즉각 유감 표명
천수이볜이 2일 대만 총통으로선 처음으로 남중국해의 영토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난사)군도의 타이핑섬을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곳은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천 총통은 이날 오전 대만 남부의 한 공군기지에서 C-130 수송기를 타고 5시간여 만에 타이핑섬에 도착했다. 대만군은 F-16 전투기와 구축함을 동원해 철통같은 경호작전을 폈다. 그는 타이핑섬에 주둔한 대만군을 사열하고, 최근 완공한 1150m 길이의 활주로 준공식에 참석했다. 홍콩 <문회보>는 “천 총통의 타이핑성 방문에 대만 국방부장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필리핀은 즉각 불쾌함을 표시했다. 알베르토 로물로 필리핀 외무장관은 “천 총통의 스프래틀리군도 방문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인근 국가들은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영유권 주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타이핑섬은 필리핀의 항공관제권에 속해 있다.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난사군도와 부속 해역에 대해 주권을 갖고 있다”고 재천명했다.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는 천 총통의 이번 방문은 다음달로 예정된 총통 선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의 주권과 영토 문제를 공격적으로 제기함으로써, 대중 화해를 앞세우는 국민당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대만 명의의 유엔 가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된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의 대만사무판공실은 2일 공동성명을 내어 ‘엄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남중국해의 전략요충지인 스프래틀리군도는 100여개의 작은 섬들로 구성돼 있다. 주변 해역에 630억t에 이르는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주변국들의 이해대립이 날카롭다. 현재 중국과 대만, 필리핀, 베트남이 각각 일부 섬을 차지해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대만은 이 지역의 자원을 공동개발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영유권을 둘러싼 국제회의에선 배제돼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난사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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