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무샤라프’ 연정 성사될까 초미 관심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의 지지자들이 19일 라호르에서 선거 승리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라호르/AP 연합

‘총선 이후’ 파키스탄 정국 관전포인트

인민당-샤리프, 협상 채비…군부·미국태도 변수
집권 무샤라프쪽은 인민당에 ‘친미 연정’ 추파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파키스탄 총선은 일부 집권당에 유리하게 진행됐지만 ‘대체적으로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살당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33%,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가 25% 정도를 얻어 1·2위를 차지했다. 연정 구성, 승리한 야당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관계 설정 등 총선 이후 정국을 가늠해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로는 △야당의 전략 △군부의 대응 △미국의 태도를 꼽을 수 있다. 무샤라프는 20일 선거 뒤 내놓은 첫 공식 입장에서 사임 요구를 일축하며 “조화로운 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연정 함수=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어 연정은 불가피하다. 인민당과 피엠엘엔의 ‘반무샤라프’ 연립정부 수립이 가능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 인민당 공동대표는 19일 “하루이틀 안에 샤리프를 만나겠다”고 밝혔다. 샤리프 쪽도 일단은 적극 호응하고 있다. 부토 암살을 전후해 급속히 가까워진 양쪽이 손을 잡으면, 대통령 권한을 강화시킨 헌법조항의 개정은 물론, 무샤라프 탄핵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바짝 긴장한 무샤라프 쪽도 20일 자르다리와 접촉하는 등 인민당과 피엠엘엔의 연정을 막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현지 케이블방송 <새벽>(Dawn)이 전했다.

군부=무샤라프가 군복을 벗은 뒤, 군부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정치에 가장 민감한 정보부(ISI)의 정치인 접촉을 최근 금지하는 등 정치권으로부터 거리두기도 시도 중이다. 무샤라프의 후임인 아슈파크 키야니 육군참모총장의 ‘탈정치’ 방침은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들한테도 크게 환영받고 있다. 무샤라프의 이해관계나 직접 지시에 따라 군이 움직일 가능성은 줄었다.

하지만, 군통수권을 가진 무샤라프가 야당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을 때 군병력을 동원해 판깨기에 나설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군정과 민정이 끊임없이 갈마들었던 60년 파키스탄 역사에 비춰, 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야당들과 무샤라프의 대치전선에서 힘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핵심적 요소가 미국의 태도다. 미국의 바람은 명확하다. 야당과 무샤라프의 친미 연정 구도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 “누가 총리가 되든 무샤라프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며 정파간 협력을 촉구했다.

미국의 최우선 이해관계는 대테러전쟁에 있다. 미 행정부는 여기에 지장을 주는 정국 혼란이나 정치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강도높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총선 완패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무샤라프 대신 새로 들어설 민간 정부와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라치/김외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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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전문가 시각

“되레 인민당-무샤라프 연정 가능성”
샤밈 아크타르 전 카라치대 학장

샤밈 아크타르 전 카라치대 학장

인민당과 무샤라프 쪽의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가장 높다. 파키스탄에서 신념있는 정치인을 찾기는 힘들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나 아시프 자르다리도 마찬가지다. 샤리프는 1999년 무샤라프 대통령의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난 만큼, 무샤라프와 협의해 정부를 운영하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 부패로 악명높은 자르다리는 무샤라프나 미국이 이용하기 쉬운 가장 약한 고리다. ‘반무샤라프 연대’는 선거구호일 뿐이다. 미국은 부토 생전과 마찬가지로 ‘무샤라프-인민당’ 형태의 연정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미국에겐 핵개발을 추진했던 샤리프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반무샤라프 연대는 성공하기 힘들다. 물론 인민당과 샤리프가 힘을 합쳐, 대통령 권한을 줄이기 위한 헌법 수정을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총리해임·의회해산권을 뺏으려다 도리어 의회가 다시 해산당할 수도 있다. 무샤라프는 능히 그럴 인물이다. 혼란은 극심해질 것이다. 또 군부가 미국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내 계엄령 선포 등 쿠데타에 나서기라도 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혁명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주변국들과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어 중립국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이라도 국방 분야에서 예산을 절약해 교육·복지에 써야 한다.

“인민당 등 주요3당 각자 제갈길 갈것”
살림 샤자드 ‘아주시보’ 지국장

살림 샤자드 ‘아주시보’ 지국장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은 인민당이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하겠지만, 2·3위의 피엠엘엔이나 피엠엘큐가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피엠엘엔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다른 정당과는 달리, 사법부 독립을 내세워 반무샤라프 세력의 구심점이 된 법조계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현실성 없는 약속이다. 헌법질서를 11월 비상사태 이전으로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없다. 더욱이 대테러전쟁에 반감을 보여온 피엠엘엔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여당이 되긴 힘들다. 이런 이유로 공식적이진 않지만, 개별적 채널을 통해 피엠엘엔은 야당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무샤라프 지지 세력인 피엠엘큐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야당 노릇’을 공언하고 있다.

인민당은 다른 군소정당들과 연정 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당들도 있다. 피엠엘엔이 무샤라프 탄핵을 거론하는 등 혼란 조짐이 있긴 하지만, 혼란은 최소화할 것이다.

‘탈레반 2008년 4월 귀환설’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파키스탄의 정국 혼란은 대테러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탈레반이 파키스탄 쪽에서 자유로워지면, 그만큼 아프간에서도 움직이기가 쉬워진다. 대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어떤 정당도 혼란을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