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를 사흘 앞둔 19일 셰창팅(왼쪽) 민진당 후보가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티베트 지지를 위한 집회’ 도중, 인권과 자유를 상징하는 횃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와 맞붙은 마잉주(오른쪽) 국민당 후보는 20일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 유세 도중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타이베이 가오슝/AP 연합
대만 대선 하루 앞으로
마잉주, 경제회생 앞세워 서민층 자극
셰창팅, 티베트 사태 활용 ‘역전’ 노려 대만 총통선거를 이틀 앞둔 20일 셰창팅 민진당 후보와 마잉주 국민당 후보는 모두 남부 가오슝으로 내려가 유세를 펼쳤다. 민진당의 텃밭이었던 가오슝은 지난 1월 입법의원 선거에서 국민당 돌풍에 넘어가면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마 후보는 이번 선거를 ‘경제냐, 독립이냐’의 구도로 몰아가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20%포인트 가량 격차를 벌렸다. 그는 민진당이 집권한 8년 동안 경제가 나빠지기만 했다며, 이제 월급을 올릴 때가 됐다는 유혹적인 문구로 표심을 자극했다.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경제성장률 6%,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실업률 3%’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가 중반을 넘기면서 지지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의 시장’ 구상이 대만의 농업을 파탄시키고, 경제 종속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그는 “대륙의 노동자와 농산품이 절대 대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다짐해야 했다. 국민당 원로인 리덩후이 전 총통이 20일 셰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집안 단속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민진당은 티베트 사태를 호재로 삼아 국민당의 경제회생 논리를 갉아먹고 있다. 셰 후보는 19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티베트 지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주체성을 가진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지지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을 죽였다”며 “대만이 제2의 티베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셰 후보 쪽은 이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고 주장한다.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국외 유권자 표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19일 타이베이의 관문인 숭산공항엔 투표차 외국에서 돌아오는 유권자들을 맞는 선거운동원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한 국민당 지지자는 가슴에 단 ‘마잉주 배지’를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렸다. 민진당 지지자의 티셔츠엔 ‘역전승’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다. 홍콩과 마카오에선 20만~25만명으로 추산되는 ‘귀향표’를 실어나르는 전세기가 줄을 이었다. 비방전도 ‘위험수위’에 육박했다. 민진당은 국민당이 3억대만달러(약 100억원)를 들여 표를 사들이고 있다며, 마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국민당은 패배를 예감한 민진당이 마 후보 암살을 기도하고 있다며 역공했다.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동정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노골적으로 편을 들고 있다. 리밍 대만정치대 교수는 “이번 선거가 대만 민주주의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바람 대 시계추’ 대만판 ‘대세론-견제론’
선거전, 말들의 풍경 ‘바람 효과’냐 ‘시계추 현상’이냐.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마잉주 국민당 후보의 대세론과 셰창팅 민진당 후보의 견제론으로 출발했다. “바람을 보고 돛을 단다”는 대만 속담에서 나온 바람 효과는, 지난 1월 입법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시계추 현상은 2004년 이후 대만의 주요 선거에서 국민당과 민진당이 번갈아가며 승리를 거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민진당의 역전승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선거 중반에는 ‘유엔 가입-유엔 복귀’논란이 펼쳐졌다. 민진당이 대만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하는 안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자, 국민당이 중화민국 이름으로 유엔에 복귀하는 안을 묻는 국민투표를 역제안한 데서 나왔다. 선거판을 대만 독립 찬반투표로 몰고가려는 민진당의 전략에 국민당이 슬쩍 물타기를 한 것이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각종 조어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당과 민진당은 대만 인구의 7분이 1이 몰려 있는 타이베이의 민심을 ‘표의 창고’라고 부르며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들이 거리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표를 구걸한다는 뜻에서 ‘예절표’, 매표 행위를 가리키는 ‘길거리 아르바이트’, 중국에 진출한 상인들의 귀향표를 뜻하는 ‘상인표’ 등도 등장했다. ‘빨간색 칠하기’는 상대방을 중국의 하수인이라고 헐뜯는 대만판 색깔공세를 가리킨다. 마 후보를 지지하는 ‘남색파’와 셰 후보를 지지하는 ‘녹색파’,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가족들을 멀리하는 ‘색깔 잘라내기’란 말도 회자됐다. 타이베이/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셰창팅, 티베트 사태 활용 ‘역전’ 노려 대만 총통선거를 이틀 앞둔 20일 셰창팅 민진당 후보와 마잉주 국민당 후보는 모두 남부 가오슝으로 내려가 유세를 펼쳤다. 민진당의 텃밭이었던 가오슝은 지난 1월 입법의원 선거에서 국민당 돌풍에 넘어가면서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마 후보는 이번 선거를 ‘경제냐, 독립이냐’의 구도로 몰아가 초반부터 기세를 올렸다. 여론조사에서 한때 20%포인트 가량 격차를 벌렸다. 그는 민진당이 집권한 8년 동안 경제가 나빠지기만 했다며, 이제 월급을 올릴 때가 됐다는 유혹적인 문구로 표심을 자극했다. 중국과 대만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경제성장률 6%,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실업률 3%’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가 중반을 넘기면서 지지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의 시장’ 구상이 대만의 농업을 파탄시키고, 경제 종속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그는 “대륙의 노동자와 농산품이 절대 대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다짐해야 했다. 국민당 원로인 리덩후이 전 총통이 20일 셰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집안 단속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민진당은 티베트 사태를 호재로 삼아 국민당의 경제회생 논리를 갉아먹고 있다. 셰 후보는 19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티베트 지지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주체성을 가진 정당이 집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지지한다는 한 택시기사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을 죽였다”며 “대만이 제2의 티베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셰 후보 쪽은 이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고 주장한다. 선거가 치열해지면서 국외 유권자 표까지 변수로 떠올랐다. 19일 타이베이의 관문인 숭산공항엔 투표차 외국에서 돌아오는 유권자들을 맞는 선거운동원들의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한 국민당 지지자는 가슴에 단 ‘마잉주 배지’를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렸다. 민진당 지지자의 티셔츠엔 ‘역전승’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다. 홍콩과 마카오에선 20만~25만명으로 추산되는 ‘귀향표’를 실어나르는 전세기가 줄을 이었다. 비방전도 ‘위험수위’에 육박했다. 민진당은 국민당이 3억대만달러(약 100억원)를 들여 표를 사들이고 있다며, 마 후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국민당은 패배를 예감한 민진당이 마 후보 암살을 기도하고 있다며 역공했다.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동정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노골적으로 편을 들고 있다. 리밍 대만정치대 교수는 “이번 선거가 대만 민주주의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바람 대 시계추’ 대만판 ‘대세론-견제론’
선거전, 말들의 풍경 ‘바람 효과’냐 ‘시계추 현상’이냐.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마잉주 국민당 후보의 대세론과 셰창팅 민진당 후보의 견제론으로 출발했다. “바람을 보고 돛을 단다”는 대만 속담에서 나온 바람 효과는, 지난 1월 입법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국민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시계추 현상은 2004년 이후 대만의 주요 선거에서 국민당과 민진당이 번갈아가며 승리를 거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민진당의 역전승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 선거 중반에는 ‘유엔 가입-유엔 복귀’논란이 펼쳐졌다. 민진당이 대만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하는 안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하자, 국민당이 중화민국 이름으로 유엔에 복귀하는 안을 묻는 국민투표를 역제안한 데서 나왔다. 선거판을 대만 독립 찬반투표로 몰고가려는 민진당의 전략에 국민당이 슬쩍 물타기를 한 것이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각종 조어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당과 민진당은 대만 인구의 7분이 1이 몰려 있는 타이베이의 민심을 ‘표의 창고’라고 부르며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후보들이 거리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표를 구걸한다는 뜻에서 ‘예절표’, 매표 행위를 가리키는 ‘길거리 아르바이트’, 중국에 진출한 상인들의 귀향표를 뜻하는 ‘상인표’ 등도 등장했다. ‘빨간색 칠하기’는 상대방을 중국의 하수인이라고 헐뜯는 대만판 색깔공세를 가리킨다. 마 후보를 지지하는 ‘남색파’와 셰 후보를 지지하는 ‘녹색파’,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가족들을 멀리하는 ‘색깔 잘라내기’란 말도 회자됐다. 타이베이/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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