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는 것" 위장하고 쌀 수출은 지속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인해 10만명의 사망.실종자와 1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를 입은 미얀마 군정이 10일 국제 사회로부터 지원받은 원조 물자의 배분에 나섰다.
유엔은 비행기 2대와 트럭 수 대를 추가로 동원해 구호물자를 실어날랐고 미국의 화물기도 미얀마 입국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해외 재난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얀마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변인은 지난 9일 미얀마에 도착한 비행기 2대분의 구호물자가 여러 단체를 통해 배분되고 있다며 이를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은 해외 원조물자가 담긴 상자에 군부 고위 장성들의 이름을 붙여 출처를 감췄다.
또 미얀마 국영 TV는 탄 슈웨 장군을 비롯한 고위 장성들이 행사장에 모여 생존자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장면을 연속 방영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인도적 노력도 체제 선전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은 11일 사이클론 피해자들을 신속히 돕지 않으면 콜레라의 창궐 등 `2차 재앙'이 발생해 어린이 한 세대가 사라지는 비극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생존자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도 쌀 독점권을 지닌 미얀마 군부가 당초 계약에 따라 쌀 수출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혀 국제 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양곤 남쪽 틸라와항에서는 지난 주말에도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선박에 쌀자루들이 선적됐다.
이 신문은 지난 1월 이후 쌀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쌀 수출이 미얀마 군정에게는 짭짤한 외화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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