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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키스탄 대선 승자는 무덤속 부토?

등록 2008-09-07 01:43

지난해 12월 총선 유세도중 괴한에 의해 암살됐던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압승한 파키스탄 대선에서 되살아났다.

이번 대선의 주인공은 압도적인 표차로 야당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된 자르다리지만, 그의 당선을 축하하는 행렬 속에는 부토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더 선명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부토의 두 딸인 바크타와르와 아시파는 이날 어머니의 사진을 품에 안은 채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지자들도 손에 손에 부토의 사진이 새겨진 깃발을 들었다.

발루치스탄 주의회 건물앞에 모였던 자르다리 지지자들은 '부토 영원하라', 'BB(베나지르 부토)는 살아있다'고 외쳤고, 부토가 생전에 살았던 남부 카라치 시내의 축하행렬은 '부토는 영원하다'라는 구호에 맞춰 춤판을 벌였다.

자르다리가 이끄는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 출신 각료인 셰리 레만 정보부 장관은 "고 베나지르 부토의 유산이 다시 살아나 국민들의 목소리로 발현됐다"며 "그녀가 순교를 통해 밝힌 민주주의의 촛불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파르자나 라자 PPP 대변인은 "오늘 승리는 자르다리의 승리이자 PPP의 승리이며, 무엇보다 베나지르 부토가 꿈꿨던 민주정치 체제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망한 지 9개월이 넘은 부토가 아직도 지지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토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7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을 강행했지만 총선 유세도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평생을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로부터 물려받은 '독재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안고 살았던 부토가 '독재자'로 낙인찍힌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암살되는 영화같은 현실은 지지자들로 하여금 그를 민주주의의 순교자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런 부토의 이미지는 때마침 무샤라프의 장기집권과 파탄난 국정에 신물을 반감을 느낀 국민들을 자극해 지난 2월 총선에서도 부토 가문의 당인 PPP를 향한 조건없는 지지를 이끌어냈다.

자르다리나 PPP가 죽은 부토의 순교자 이미지를 총선이나 대선 선거운동에서 적극 활용해왔고, 자르다리의 정치적 성공이 부토의 이미지를 밑거름으로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부토 덕에 파키스탄 정계의 실세이자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자르다리가 권력에 대한 집착과 정치적 배신 등으로 죽은 부토의 영기(靈氣)를 빠르게 소진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무덤 속 부토의 영향력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주목된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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