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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변화’의 선봉에 선 뉴질랜드 새 총리 존 키

등록 2008-11-08 20:08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총리 헬렌 클라크의 9년 장기 집권에 종지부를 찍으며 뉴질랜드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존 키 국민당 대표(47)는 며칠 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와 비슷한 점이 많다.

유권자들에게 변화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선거전을 승리로 이끈 것도 비슷하고 정계에 입문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아 정치경험이 짧은 것도 그렇다.

게다가 오바마와 61년생 동갑내기인 그는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보스턴의 하버드 캠퍼스를 밟았던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달변이라고 할 만큼 말도 잘한다.

오클랜드에서 태어나 6세 때 심장마비로 아버지를 잃은 그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캔터베리 대학에 들어갔다. 1980년대 그는 대학에서 상학을 공부한 뒤 투자 은행에 들어가면서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뉴질랜드에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은 그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메릴 린치로 자리를 옮겨 싱가포르, 런던, 시드니 등지에서 외환, 유럽채권, 파생상품 거래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미국 연방은행 외환위원회의 눈에 띄어 그곳에 가서 2년여 동안 일을 하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할 기회를 잡은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런던에서 메릴 린치의 국제 외환담당 매니저로 일할 때 그는 연봉으로 미화 225만달러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로 회사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자 수백 명의 직원들을 과감하게 해고해버림으로써 동료들로부터 '미소 짓는 암살자'라는 별칭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잘나가던 외환 전문가의 꿈을 갑자기 접어버리고 2001년 뉴질랜드로 귀국한다. 오래전부터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정치인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외환딜러를 하면서 몸에 익힌 판단력과 승부사 기질로 그는 2002년 중도 우익의 국민당 후보로 총선에 뛰어들어 쉽게 승리를 낚아낸다. 오클랜드 외곽 헬렌스빌 선거구에서였다.

정계에 뛰어들자마자 그는 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곧바로 권력서열의 사다리를 타기 시작했다. 국민당 재정담당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거치면서 2005년 총선 직전에는 당내 서열 7위가 그가 뛰어오른 자리였다. 초선 의원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수직상승이었다.

2005년 총선 때 다시 헬렌스빌 선거구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면서 그의 입지는 시멘트에 물을 부은 것처럼 더욱 확고해진다. 다시 재정담당 대변인을 맡아 논리적인 언변과 폭넓은 경제지식을 무기로 집권당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때마다 그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했고 당내 서열은 어느덧 4위까지 올랐다.

거기에서 그가 다시 도약한 자리는 당내 서열 1위, 야당 대표라는 자리였다. 2006년 11월 27일 정계에 투신한 지 4년 4개월 만에 그가 총선에서만 승리하면 곧바로 총리가 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오랫동안 노동당에 질질 끌려다니던 국민당의 인기는 그가 대표를 맡으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노동당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그 기세는 이번 총선까지도 그대로 이어지며 승리의 견인차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세계 금융위기 속의 뉴질랜드 경제를 구할 최적임자로 그를 지목하기는 했지만 그의 일천한 정치경험과 잘 알려지지 않은 지금까지의 삶은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소신이 간혹 헷갈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음을 졸이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동성결혼을 보장하는 시민결합법에 반대표를 던졌던 그가 다른 의원들과 함께 결혼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으로만 규정하는 법안에도 반대표를 던졌던 게 그 대표적인 예다.

또 외환딜러로 일할 때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 무자비한 투기 공격을 감행한 외국의 한 외환 트레이더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했었다는 도덕성 시비도 그의 발목을 잡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그는 논리적이고 개혁 지향적이지만 다소 과격하다는 평도 듣는다. 외교 부문에서 영연방 탈퇴 등 영국과의 관계 재정립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상호방위조약인 앤저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일 만큼 자주 노선이 뚜렷하다.

고등학교 동급생이던 브로나 여사와 1984년 결혼한 그는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요리나 골프, 럭비 구경을 하는 게 취미다.

어머니가 오스트리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이지만 이번 총선 때 한 텔레비전 토론에서 신을 믿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종종 무신론자와 동의어로도 사용되는 불가지론자라고 거침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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