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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뉴스인물] 연설 갑작 취소 타이정국 미묘한 파장

등록 2008-12-05 18:49수정 2008-12-05 22:20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사진)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사진)
81번째 생일 맞은 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
서민 보듬는 행보로 민중 감화
‘혼란수습’ 통합의 리더십 기대

재임 62년째로 세계 최장수 국왕인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5일로 81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러나 푸미폰 국왕은 즉위 이후 한 차례도 거른 적이 없던 생일 전날 대국민 연설을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국왕의 ‘노 코멘트’로 타이 정국은 더욱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이는 현재 반정부 세력의 주축인 ‘존왕 기득권파’와 탁신 전 총리 세력을 지지하는 ‘부패 포퓰리스트’ 세력의 첨예한 대립으로 나라 전체가 사실상 마비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집권당 해산을 결정했지만, 현 집권세력이 간판만 바꾼 채 다시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데다, 문제 해결의 최고 권위는 공백 상태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의 추앙을 받는 푸미폰 국왕의 생일 연설에서 정국 해결의 방향이 언급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마하 와찌랄롱콘 왕세자는 4일 국왕을 대신한 라디오 연설에서 “부친은 식도감염으로 음식물 섭취나 대화가 어렵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5일 “국왕이 편찮다는 단순한 사실 자체가, 타이의 안정이 국왕의 생존 여부에 달려 있으며 국왕 사후에 벌어질 사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되새기게 한다”고 보도했다.

1927년 미국에서 태어난 푸미폰 국왕은 지금까지 18차례의 쿠데타를 목격했을만큼 혼란으로 얼룩진 타이 현대사의 산 증인이다. 스위스에서 대학을 마쳤으며, 1946년 스무살의 나이에 국왕에 올랐다. 타이는 1932년 입헌군주제를 채택했으나, 국왕은 상징적 지위를 넘어 타이의 정치 전반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젊은 시절 아편 재배로 곤궁한 삶을 연명하던 농민들에게 커피 재배로 자활의 길을 열어주는 등 서민 삶을 보듬는 행보로 민중들을 감화시켰다. 그는 특히 과거 수 차례의 정정 불안에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해 정국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며 국민 통합의 중심추 구실을 해왔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쿠데타에 저항하다 쫓기는 시민과 학생들에게 왕궁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국왕의 의중을 내비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미폰 국왕은 2006년 탁신 치나왓 전 총리 정부에 대한 군부 쿠데타를 추인해, 이후 두 차례 연속 집권한 탁신 일가에 반정부 시위 정국을 촉발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 위기는 국왕 승계권을 둘러싼 것이란 분석까지 내놓는다. 반정부시위대는 “부패 정치세력으로부터 왕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푸미폰 국왕의 부인인 시리키트 왕비는 공개적으로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했다. 쭐라롱콘대의 질레스 웅빠꼰 교수는 5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국왕이 지금 사태에 개입하는 것은 왕권에 이롭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치적 위기때에도 국왕은 누가 승자인지 분명해졌을 때에만 입장을 밝혔으며, 지금은 어느 쪽이 이길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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