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9%→올해 9.5%→내년 5% 추락
11월 산업생산 5.4%증가 그쳐…실업난 예고
11월 산업생산 5.4%증가 그쳐…실업난 예고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을 8%에서 저지하려는 중국의 ‘바오바(保八) 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악화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8% 방어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길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5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초 중국이 내년에 11%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전망치를 낮춰야 했다”며 “이제는 전망치를 5~6%로 더 떨어뜨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11.9%의 절반 이하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9.5%(OECD 전망)에 비해서도 반토막 수준이다.
그의 경고에 앞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5%에서 6%대로 크게 낮췄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한 술 더 떠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위축은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의 지난달 산업 생산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보다 2.8%포인트, 지난해 11월보다는 무려 11.9%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특히 과잉설비 함정에 빠진 철강과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4%, 15.9%나 감소했다. 지난달 전력 생산도 9.6% 줄어들어 10월에 이어 또다시 10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도시지역 주민의 소득증가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16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도시지역 주민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올해 농촌 주민의 가처분소득 증가율 예상치 7%와 같은 수준이다. 도시와 농촌 주민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같아지기는 20년 만에 처음이다.
경제성장률 8%선이 무너진다는 것은 중국 경제의 고용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에선 해마다 1200만명의 신규 노동력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를 흡수하려면 중국 경제가 해마다 8% 이상 성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610만명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일자리를 잡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가 실업대란으로 이어져 사회적 안정을 흔드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어 내년 경제정책의 초점을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후 주석은 12~15일 랴오닝성을 시찰하면서 “중국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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