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의심 커…“이슬람 테러 가능” 보도도
10일 현재 사망자 181명을 낸 오스트레일리아 사상 최악의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까지도 빅토리아주를 중심으로 20여곳이 불타고 있으며, 소방관들은 마을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존 브럼비 빅토리아주 주지사는 오스트레일리아 현지 <에이비시>(ABC) 방송에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가 50여명 더 있는 것 같다”며 “총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자도 500명이 넘었으며, 5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3000㎢에 이르는 면적과 가옥 1000채가 불에 탔다. 자선단체들은 희생자들을 위해 의연금 모금활동을 벌여 2800만 오스트레일리아달러(252억원)를 모았다.
오스트레일리아 당국은 화재 주요 원인으로 방화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틴 닉슨 빅토리아주 경찰청장은 “경찰은 20여명이 숨진 빅토리아주 동부 깁스랜드 지역 화재의 원인이 방화임을 확인했다”며 “경찰관 10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팀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마다 산림·농장 등에서 일어나는 화재 6만여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방화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을 정도로, 산림 방화가 드물지 않다. 경찰이 이미 체포한 31살 남성과 15살 소년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미국 보수언론 <폭스뉴스>는 올해 초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서 “오스트레일리아·미국·유럽·러시아에서 산림 방화 성전(forest jihad)을 벌이라”는 구호가 발견됐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불을 질렀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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