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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30년만에…‘킬링필드 단죄’ 시작됐다

등록 2009-02-17 20:59수정 2009-02-18 00:03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고문과 학살로 악명을 떨쳤던 캉켁이우 전 투올슬렝교도소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프놈펜에서 열린 특별법정에 출석했다.  프놈펜/AP 연합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고문과 학살로 악명을 떨쳤던 캉켁이우 전 투올슬렝교도소장(오른쪽 두번째)이 17일 프놈펜에서 열린 특별법정에 출석했다. 프놈펜/AP 연합
학살주범 30년만에 재판…9월 선고 예정
캄보디아 정부 ‘미온적’…쉽지않은 여정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재판을 위해 30년을 기다렸습니다.”

1975~79년 크메르루주 집권 당시 캄보디아인 2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킬링필드’의 주역들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7일 프놈펜에서 반 나트는 “이날을 기다린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킬링필드 피해자 반 나트 앞에 크메르루주 정권 때 투올슬렝(S-21) 교도소 소장이었던 캉켁이우(67)가 나타났다. 그는 유엔과 캄보디아가 합동 구성한 이 특별법정(ECCC)에 선 첫 피의자다. ‘도이크’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캉켁이우는 투올슬렝 교도소에서 집단학살과 고문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1만6천여명이 갇혀 있던 투올슬렝의 생존자는 10~20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 중 한 사람인 반 나트는 이날 파란 셔츠 차림으로 방탄 자동차에서 걸어나오는 캉켁이우에 대해 “지금은 노신사처럼 보이지만, 30년 전엔 무척 잔인했다”고 말했다.

특별법정은 캉켁이우 외에 네 사람을 더 법정에 세울 예정이다. 크메르루주 정권 2인자인 누온 체아(83)와 키우 삼판(78) 당시 대통령, 이엥 사리(84) 당시 외무장관, 그의 부인이자 사회부 장관을 지낸 이엥 티리트(77)가 재판을 받는다.

캉켁이우는 99년 기독교로 개종했으며 지난해 자신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유감을 나타낸 적이 있다. 캉켁이우를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캉켁이우의 재판은 절차만 정하고 끝났다. 본격 심리는 3월부터 시작하고, 선고는 9월에 내려질 예정이다. 나머지 네 사람의 재판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크메르루주 최고지도자 폴 포트는 98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은 90년대부터 ‘킬링필드’ 학살을 단죄할 특별법정에 대해 교섭을 진행했지만 정작 재판정 구성이 끝난 것은 2006년이었다. 게다가 3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현재의 집권 훈 센 정권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5630만달러를 재판 비용으로 지원받았지만 모두 써버려, 부정부패 의혹도 받고 있다.

현 정부는 재판에도 소극적이다. 유엔 쪽 검사들은 지난해 6명을 추가 기소하자고 주장했으나 무산됐다. 캄보디아 검사들이 “국민적 화해의 필요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훈 센 총리는 “재판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젊은 시절 크메르루주의 초급장교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으며, 현 정권 지도부에도 크메르루주에 투항했던 인물이 여럿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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