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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파국 치닫는 파키스탄…‘2007년 도돌이표’

등록 2009-03-13 19:56수정 2009-03-16 10:22

파키스탄 정국 일지
파키스탄 정국 일지
자르다리 대통령 사법부 복원 소극적인데 반발
샤리프 전 총리측·변호사들 반정부시위 ‘깃발’
야당 정치인 등 무자비한 검거…정정불안 고조




파키스탄 정부가 반정부 시위의 소용돌이로 다시 빠져들었다.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전야와 다름없는 체제 불안 위기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일대의 평화전선에 적신호가 꺼지지 않는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곳곳엔 12일 컨테이너가 설치돼 시내 진입을 차단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지난해 한국의 촛불시위 때 서울 광화문에 등장했던 이른바 ‘명박산성’을 방불케 한다. 시내 곳곳엔 전경이 배치됐다. 5개주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펀자브주·신드주에는 4인 이상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날 밤 최대도시 카라치의 통행요금소에서는 경찰이 대형 차량의 열쇠를 압수해 통제에 나섰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위에서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시위대와 야당 정치인, 당직자 등 400여명을 체포한 정부가 시위를 원천 봉쇄하러 나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위의 주도 세력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 나와즈(PML-N)와 변호사들이다. 2007년3월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당시 대법원장이 해임되면서부터 촉발된 시위가 2년 뒤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핵심요구는 2007년 11월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임한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전 대법원장의 복직이다.

그 뿌리에는 샤리프 전 총리와 아시프 자르다리 현 대통령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깔려 있다. 샤리프는 1999년 무샤라프의 군사 쿠데타 당시 축출되면서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다. 2007년 귀국한 뒤에는 변호사들의 사법부 복원요구 시위를 적극 지지하면서 명예 회복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총선에서 자르다리와 샤리프가 이끄는 인민당(PPP)과 피엠엘엔이 각각 원내 1·2당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고 ‘반무샤라프’ 연립정부를 출범시켰을 때만 해도 사법부 복직은 공동의 핵심 현안이었다. 그러나 11월 무샤라프가 퇴임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무샤라프가 퇴임 전 자르다리 쪽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르다리는 90년대 아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집권 당시 수많은 부패 혐의로 입방아에 올랐다가, 무샤라프가 세운 현 사법부의 사면을 받고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현재의 자르다리-샤리프 갈등은 1990년대 부토-샤리프 갈등의 유감스런 복사판이다. 당시 양쪽은 부패 추문과 인신공격을 쏟아내며 한번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약 10년 동안 네차례나 정권을 주고받았고, 결국 99년 무샤라프의 쿠데타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군사 쿠데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키스탄 정치 불안에 가장 노심초사하는 것은 아프간 대테러전쟁에 적극 나선 미국이다. 탈레반 세력이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 숨어든 터에, 파키스탄의 안정과 지원은 필수적이다. 앤 패터슨 주파키스탄 미국 대사가 12일 샤리프를 만나고, 리처드 홀브룩 특사가 자르다리, 샤리프와 각각 접촉하는 등 적극이다. 시위대가 전국 시위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연좌시위를 선언한 16일은 현 정국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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