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담 맞춰 시위”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면서 방콕 중심이 빨간 셔츠로 물들었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UDD) 소속 10만여명이 빨간 셔츠를 입고 9일 이틀째 수도 방콕에서 반정부시위를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아피싯 웻차치와 현 총리와 왕실 추밀원 원장인 프렘 틴술라논다의 즉각적 퇴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청사를 보름째 에워싸고 있으며, 프렘 추밀원 원장의 방콕 집 앞에서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프렘 원장이 지난 2006년 탁신 총리를 물러나게 한 군부 쿠데타를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아피싯 총리의 내각도 사법부와 군부 그리고 반 탁신단체인 민주주의민중연대(PAD)의 불법시위가 만들어낸 “불법 정부”이기 때문에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이피>는 푸미폰 국왕의 권위가 절대적인 타이에서 시위대가 왕실 자문기관인 추밀원 원장을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1~12일 파타야에서 열리는 아세안+3(ASEAN+3) 정상회담에 맞춰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현지 <방콕포스트>가 전했다. 아피싯 총리는 “일부 사람들이 시위를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나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부패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기 전 타이를 떠난 탁신 전 총리는 동영상을 이용해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시위대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양손 가득히 안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에서는 2006년 이래 반정부 시위가 주체만 바뀐 채 도돌이표처럼 계속되고 있다. 탁신 전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뒤에도 친탁신 계열이 선거에서 승리해 계속 집권하자, 타이 왕실의 상징인 노란 셔츠를 입은 친왕실 성향의 민주주의민중연대가 반정부 시위를 벌여 결국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에는 빨간 셔츠를 단체로 입은 친 탁신계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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