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유약한 이미지를 벗고 단호한 행동을 보여줬다.”
15일 타이 현지 언론 <네이션>은 아피싯 총리가 “타이를 무정부 상태에서 구해냈다”고 치켜세웠다. 아피싯 총리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해 진압에 나선 지 사흘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습되면서, 위태로워 보이던 총리의 권력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일반인들과 유리된 ‘유약한 귀공자’라는 평을 받던 아피싯 총리가 중요한 시험대를 통과한 것이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반독재민주주의연합(UDD)이 지난 11일 아세안+3 정상회의장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는 많은 이들이 그의 리더십에 물음표를 던지며 쿠데타나 사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아피싯 총리는 정국을 확실히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14일 “군과 경찰, 공무원이 공격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당분간 비상사태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타이 정부는 탁신 전 총리를 포함해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인물 14명의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15일엔 탁신 전 총리의 여권을 취소시켜 그를 국제미아로 만들었다. 아피싯 총리는“시위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며 “타이 사회를 진전시키는 토론은 환영한다”며 유화 제스처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둘로 쪼개진 타이 사회의 분열상이 그의 앞길에 최대 암초다. 역사학자인 찬윗 까셋시리는 <에이피>(AP) 통신에 “정부는 도시 중산층들과 농촌 빈곤층 사이의 갈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두 계층의 갈등이 끝나지 않는 한 이번 시위가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타이를 취재해온 언론인 버틸 린트너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탁신 전 총리로 대변되는 신부유층과 왕당파인 구부유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시위를 이용해 왔다”며 “타이의 심각한 빈부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피싯 총리는 15일 “(시위 종료는)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고 사회 전체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회의 분열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봉합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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