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중, 이슬람사원 예배 봉쇄…위구르인 일상 ‘감시망에’

등록 2009-07-10 19:46수정 2009-07-10 19:51

[신장지구 민족갈등 현지리포트] 여기는 우루무치
유혈사태뒤 첫 예배일…사원·거주지 주위엔 무장경찰
위구르인 “예배는 일상”…중 정부 “집에서 기도해라”

“비상시국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예배를 일시 중단합니다.”

10일 오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시내에 있는 이슬람사원 산시다스. 지난 5일 발생한 유혈사태 이후 첫 주말예배가 시작하는 이날 사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예배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통지문만 덩그러니 기둥에 붙어 있을 뿐이다. 신도 몇몇이 예배를 보러 왔다가, 통지문을 보고는 말없이 발길을 돌린다.

우루무치는 차츰 일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위구르인들의 종교적 삶은 여전히 경찰의 봉쇄망에 갇혀 있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예배일에도 경찰의 감시를 받으며 사원 밖을 맴돌아야 했다. 산시다스 앞에서 만난 한 위구르인은 “예배야말로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의 일상”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산시다스에서 100여m 떨어진 이슬람사원 한텅거리스는 ‘경찰서’를 방불케 했다. 1864년 카슈가르의 위구르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해와 세웠다는 이곳엔 아침부터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경찰이 진주해 있었다. 사원 정문엔 소총을 든 보초병까지 세웠다. 예배용품을 파는 상점엔 큼지막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10일 금요예배를 보려고 우루무치 시내 산시다스 모스크에 찾아온 위구르인들이 ‘안전을 위해 예배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10일 금요예배를 보려고 우루무치 시내 산시다스 모스크에 찾아온 위구르인들이 ‘안전을 위해 예배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우루무치의 이슬람사원에서 예배가 봉쇄된 것은 이번 유혈사태가 종교적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위구르인들은 전통적으로 이슬람을 신봉하고, 이는 이들을 단결시키는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이슬람사원 폐쇄는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무슬림들은 당분간 집에서 기도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이 민족과 종교라는 ‘이중의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족적으로 차별받고, 종교적으로도 탄압받고 있다는 것이다. 940만명으로 추산되는 위구르족은 대부분 무슬림이다. 2000여만명에 이르는 중국 전체 무슬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신장 지역만 놓고 보면 곳곳에 2만4천여개의 이슬람사원이 흩어져 있다.

위구르족을 비롯한 무슬림들은 1960~70년대 중국 전역을 휩쓴 문화대혁명 때도 종교적 박해를 받은 바 있다. 문화대혁명을 지지하는 이들은 당시 이들의 사원을 파괴하고, 알라에 대한 신앙을 모욕했다. 티베트(시짱자치구)에서 티베트인들의 사원을 훼손하고, 승려들을 탄압했던 양상과 비슷하다. 신장의 13개 민족 가운데 10개 민족이 이슬람을 신봉한다.

이슬람사원을 감싸고 있는 위구르인들의 거주지역에도 여전히 무장경찰이 진주해 있다. 거리 곳곳엔 시위 주동자에게 엄벌을 경고하고, 질서 회복을 호소하는 왕러취안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의 통지문이 붙어 있다. 하늘에선 헬리콥터가 투다다닥 소리를 내며 순찰을 돈다. 얼다오차오 근처의 한 위구르족 밀집지역 건물에 붙은 통지문에선 왕 서기의 얼굴이 찢겨져 있었다.

우루무치/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