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카르타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메리어트 호텔(왼쪽)과 리츠칼튼 호텔에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로비로 들어서는 모습이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에 잡혔다. 자카르타/AFP 연합
누르딘 모하메드 톱 지목
지난 17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폭탄테러의 배후로 ‘제마 이슬라미야’의 핵심 멤버였던 누르딘 모하메드 톱이 지목됐다.
인도네시아 대 테러책임자인 안샤드 음바이 소장은 “누르딘이 이번 폭탄테러를 주도했다는 강력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8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태생인 누르딘은 2001년 9·11 테러 뒤 인도네시아로 들어왔으며 아자하리 빈 후신과 함께 폭탄테러 사건을 주도해왔다. 아자하리가 주로 폭탄 제조를 담당하고 누르딘은 자금을 주로 책임져왔으나, 아자하리는 2005년 인도네시아 정부의 추격을 피하다 자폭했다. 누르딘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있는 이슬람 세력들을 규합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이슬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테러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민간인 공격을 뜻하는 소프트 타겟 공격에 대한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새 분파를 꾸려서 분리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못과 쇠구슬 등으로 가득 채워 살상력을 높인 폭탄을 사용한 점과 자살폭탄이라는 수법이 제마 이슬라먀야가 배후로 지목된 2002년과 2005년 발리 폭탄 테러 때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리 폭탄테러 사건 뒤 제마 이슬라미야 조직원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해 지도부를 거의 와해시켰지만 누르딘은 붙잡히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건 당일인 17일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멘 인물이 매리어트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과 리츠칼텐호텔로 베낭을 들고 가는 인물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입수했다. 테러범들의 중앙사령부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메리어트 호텔 1808호에서 폭발하지 않은 폭탄과 폭발성 물질을 발견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슬람 가르침은 이런 잔인한 공격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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