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 18개월 추가 가택연금

3년형 선고 직후 가택연금으로 감형
국제사회, 미얀마 군정 강력 비판

가택연금 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11일 18개월 가택연금 명령을 받아 또다시 구금생활을 하게 됐다.

최근 20년 동안 14년 가량을 구금 상태로 지내온 수치 여사는 지난 5월말 가택연금 시한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인 남성 존 예토가 5월3일 자택에 무단 잠입한 사건과 관련, 가택연금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높은 양곤의 인세인 감옥 내 특별재판정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미얀마 법원은 이날 수치 여사에게 국가보안법 위반과 가택연금 규정 위반 등 혐의를 적용, 징역 3년과 강제노동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의 선고 직후 마웅 우 미얀마 내무장관이 법정에 입장, 미얀마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수치 여사에 대한 법원의 평결을 유예하고 수치 여사에게 18개월 가택연금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탄 슈웨 장군은 수치 여사가 미얀마 독립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인데다 평화와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감형 조치를 내렸다고 마웅 우 내무장관이 전했다.

미얀마 법원은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예토에 대해서는 징역 7년과 강제노동형을 선고했다. 수치 여사와 함께 기소된 두 명의 하녀들도 18개월의 가택연금 조치를 받았다.

예토는 재판을 받는 동안 수치 여사가 암살되는 꿈을 꾼 뒤 이를 수치 여사에게 알리기 위해 자택에 들어갔다며 무죄를 주장했었다.

수치 여사의 재구금에 대해 국제 사회는 미얀마 군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치 여사의 정치 활동 재개를 막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 1990년 수치 여사가 갇혀 있는 상황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미얀마 군정은 정권 이양을 거부했었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정이 내년 총선에 수치 여사가 참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미얀마 군정의 수치 여사 재구금 조치는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치를 존중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 군정의 수치 여사 재구금 결정을 비판하면서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이 긴급 회담을 갖고 이번 사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