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베트남 소녀가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울부짖으며 거리를 내달리는 사진을 많은 사람이 기억할 것이다.
베트남 반전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됐던 사진 속 주인공 킴 푹 판 타이(46)가 최근 미국 뉴욕에서 화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화상치료 전문가 모임에 참석해 희망을 역설했다고 미국의 보건의료 온라인매체 헬스데이가 10일 전했다.
킴 푹은 1972년 베트남전 당시 미군 폭격기가 투하한 네이팜탄이 자신이 살고 있던 사이공 인근 마을에 떨어져 얼굴을 제외한 전신 65%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그녀의 두 사촌은 목숨을 잃었고 9살이던 킴 푹은 옷에 불이 붙자 이를 벗어던지고 울부짖으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를 목격한 AP통신의 종군 사진기자였던 닉 우트가 킴 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사진은 전 세계에 송고돼 전쟁의 잔악함을 알리며 반전운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우트 기자의 도움으로 남베트남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은 킴 푹은 이후에도 17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여전히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내게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지만, 그 의미는 바꿀 수 있다"며 화상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캐나다에 망명해 현재 토론토에 살고 있는 킴 푹은 유엔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등 사회 활동에도 열심이다.
화상으로 인한 신경계통의 이상으로 반복적인 통증이 시작될 때마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 긍정적인 마음 가짐으로 고통을 떨쳐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킴 푹은 "나는 고통을 나의 보호막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내게 주어진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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