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두쪽’ 치닫는 대만…판사 살해위협까지

등록 2009-09-14 20:44수정 2009-09-14 23:26

집권당 “법치주의 진일보” 야당 “형량 지나쳐”
담당판사들 집주변 무장경찰 배치 ‘특별경호’
국고 유용과 돈세탁 혐의로 기소된 천수이볜(58) 전 대만 총통에게 떨어진 종신형의 후폭풍이 대만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당은 대만의 법치주의가 진일보했다며 환호했으나, 야당인 민진당과 천 전 총통 지지자들은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재판부와 정부를 연일 성토하고 있다.

대만에서 전직 총통이 중형을 선고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4일 이번 판결이 ‘권력남용 국가’ 대만에서 법의 지배가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천 전 총통이 재판 과정에서 줄기차게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천 전 총통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판사들은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대만 경찰은 재판장을 비롯한 3명의 판사 집 주변에 기관총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병력을 배치해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판사는 재판을 맡은 뒤 집을 옮기고, 휴대전화 번호도 바꿨다고 대만 신문들이 전했다.

민진당은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민진당은 12일 낸 성명에서 “천 전 총통에 대한 구속을 즉시 중단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천 전 총통 지지자 30여명은 판결 직후 종신형을 선고한 판사의 집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만의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판결을 지지하는 쪽이 많지만, 반대하는 이들도 만만찮다. 대만 <연합보>가 8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천 전 총통에 대한 판결이 합리적이라고 답한 이들이 34%로 다수를 차지했으나, 과도하다고 답한 이들도 21%에 이르렀다. <중국시보>의 여론조사에선 천 전 총통에 대한 판결에 동의한다는 응답자가 40%, 판결이 가혹하다는 응답자가 24%로 나타났다.

천 전 총통은 판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항소와 저술을 통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 전 총통은 옥중에서 자신에 대한 판결이 대만 독립노선에 대한 미국과 마잉주 정권의 정치적 보복임을 주장하는 세번째 책 <미국의 레드라인>을 펴낼 계획이라고 홍콩 <빈과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앞서 <대만의 십자로> <막을 수 없는 목소리>란 두 권의 책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지난 11일 부패 및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 전 총통과 부인 우수전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천 전 총통이 스위스의 은행 두 곳에 돈세탁을 거친 2100만달러 규모의 불법자금을 은닉했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이 불법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조만간 스위스 사법당국에 판결문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