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강진 대참사] 수마트라 파당 아수라장
철근더미 틈 매몰자 손·발…90만 도시 전체 폐허로
20차례나 지진 이어져…다음날에도 7.0 여진 강타
철근더미 틈 매몰자 손·발…90만 도시 전체 폐허로
20차례나 지진 이어져…다음날에도 7.0 여진 강타
쪽빛 바다 위로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인 30일 늦은 오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서부 연안의 중심도시인 파당은 갑자기 닥쳐온 지진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진도 7.6의 강력한 지진이 땅을 흔들자 호텔과 쇼핑몰, 병원과 이슬람 사원 등 수백채의 건물이 도미노처럼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도로와 다리가 끊기고, 곳곳에서 불이 났다. 파열된 상수도관에선 폭포수처럼 물이 쏟아져 나왔다. 주민 수천명이 갈 곳도 모르는 채 도망가거나 주저앉았고, 뒤엉킨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의 경적소리 사이로 아이들의 비명과 울음이 터져 나왔다.
무려 20여 차례나 계속된 이날 지진은 인구 90만명의 도시 전체를 극심한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전기와 수도, 통신도 대부분 단절됐다. 한 여인은 1일 <에이피>(AP) 통신에 “나는 밖에 있어 무사했지만 아이들이 집 안에 있었어요”라며 울먹였지만 이내 휴대폰이 끊겼다. 시민들은 가족의 안부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파당 중심가에 사는 피트라 자야는 마침 자카르타에 외출했다가 지진 소식을 듣고 동생과 남편이 무사한지 알고 싶었지만, 누구와도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서져 쌓인 벽돌과 철근 더미 틈 사이로 매몰자의 손이나 발만 삐져나온 처참한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텔레비전 방송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주변에서 다급한 현장을 중계했다. 파당 공항의 지붕도 꺼져내렸다. 마침 파당에 와 있던 오스트레일리아인 제인 리든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인 시청사가 완전히 가라앉았고, 대형 병원과 시장들도 무너져 불탔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건물들 안에 있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그나마 응급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에는 다친 사람들과 실종된 가족을 찾는 시민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고, 의료진은 열악한 환경에서 부상자 치료에 진땀을 흘렸다.
1일 날이 밝자 사람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오전 8시52분께 진도 6.8의 강력한 여진이 또다시 수마트라섬을 덮쳤다. 두번째 지진은 파당에서 남쪽으로 225㎞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지만 1일 오후 현재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와 사모아 등 재난지역에 대한 긴급지원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이 대규모 지원을 선언했고, 영국 적십자사는 구호기금 조성을 시작했다. 인접국인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약품과 구조대를 보냈다. 우리 정부도 1일 45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을 인도네시아로 급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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