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4일 최근 세계 각국으로부터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러일으켰던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 일정에 신속하게 합의하는 등 제네바 협상의 후속조처 이행에 들어갔다. 이란이 핵폭탄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비밀보고서가 보도된 터라, 이번 사찰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란을 방문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테헤란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원자력기구 대표 등과 만나 오는 25일 최근 드러난 제2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오는 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관리들이 러시아·프랑스·미국 쪽과 만나 이란의 기존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가공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란과 ‘P5+1’(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간 핵협상에서 이란은 테헤란 남부 콤 지역 인근에 건설중인 새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대신, 의료 연구용 원자로 가동을 위해 자국 농축 우라늄의 제3국 가공을 보장받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이란 쪽과의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어 교체”라는 표현을 쓰며 이란과 서방 각국과의 관계가 “대립에서 투명과 협력으로 넘어가는 중대한 순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3일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이란이 핵폭탄을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비밀보고서에 대해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란이 고압 뇌관, 시험폭발, 핵탄두 설계 등 핵무기를 완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구와 실험을 했다고 시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샤하브-3 미사일을 이용한 핵탄두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이란 국방부 주도의 핵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해 설명한 것인데, 폭파원리에 입각한 핵무기는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단순한 충격형 핵무기에 비해 훨씬 진전된 것이다. 신문은 보고서 공개를 주장하는 국제원자력기구 내부 관리와, 이란과의 ‘전략적 대립’에 반대해온 엘바라데이 총장의 대립 과정에서 최근 이 보고서 내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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