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면 개방 결정에 여당 내부서도 반발
시민단체 “미 압력에 굴복했다” 비난 시위
시민단체 “미 압력에 굴복했다” 비난 시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로 한 대만 정부의 갑작스런 결정이 대만을 뒤흔들고 있다. 대만 위생서(보건부)가 지난 23일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와 내장, 척수 등을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정치권과 소비자 단체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대만 언론들과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28일 보도했다.
특히, 여당인 국민당 의원들도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금수조처를 풀기로 한 양쯔량 위생서장(보건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사임하지 않으면 위생서 예산 통과를 막겠다고 압박했다. 언론들은 지난해 국민당 집권 이후 여당 내 최악의 내분 사태라고 평가한다. 국민당 소속 타이페이 시장 하우룽빈은 시민과 식당들이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쓰거나 먹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 다른 시와 현들도 우리 조처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마잉주 총통이 명령을 거둬들이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 민진당 주석 차이잉원은 사회단체들과 함께 거리투쟁에 나서겠다고 27일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며 다시 금수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쇠고기 수입 문제를 대만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와 무역투자협정(TIFA)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잉주 정부가 미국과 무역투자협정을 맺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 원칙이 국제수역사무국(OIE), 유럽연합의 기준보다 엄격하다며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정과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위생서는 이미 협의가 완료돼 재협상은 어렵다고 27일 밝혔다. 이달말부터 금수조처 해제가 발효돼,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첫 수입분이 11월10일께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만은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 미국 쇠고기 금수조처를 취했고, 2005년 뼈를 제거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했으나, 뼈있는 쇠고기와 내장 등은 수입을 금지해왔다. 27일 홍콩 <봉황위성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에서는 “마잉주가 이명박의 낡은 길에 빠졌다”는 발언도 나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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