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미대사관 점거 30주년 맞아 반정부시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사건 30주년 기념일인 4일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날 테헤란 옛 미대사관 앞에서는 예년처럼 반미 집회가 열렸지만 개혁파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다른 장소에서 반정부 시위를 시도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고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미대사관 앞 반미 집회에는 수천 명이 참여,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그러나 하프테 티르 광장에서는 개혁파 지지자 수백 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시도하다가 경찰의 강경 진압에 의해 강제해산됐다.
경찰은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 "신은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하려 하자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강제해산했다.
개혁파 진영은 최소 5명 이상이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개혁 진영의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도 사복 차림의 요원의 공격을 받았으며 경호원 중 1명은 입원했다고 카루비 측 웹사이트 `타그히르'는 전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지난 9월 18일 반(反) 이스라엘 집회 이후 한 달여 만에 반복된 것이다.
지난 6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이날 대사관점거 기념시위에 개혁파 지지자들의 적극 참여를 독려했다.
무사비 전 총리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이 부정선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정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날 대사관 점거 기념 시위 외에 다른 어떤 집회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 진압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대사관 점거사건 30주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이란 정부가 과거에 초점을 맞출지, 더 큰 기회와 번영, 정의에 문호를 개방할지 선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30년 간 이란이 무엇에 반대하는지 들었지만, 이제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듣고 싶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점거 사건은 1979년 11월 4일 반미 강경 학생단체가 미 대사관을 점거, 미국 외교관과 직원 등 52명을 444일 간 인질로 억류했던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은 이 사건을 계기로 수교를 단절했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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