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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 신분으로 총선 출마

등록 2009-12-01 19:59수정 2009-12-01 23:48

내년 하원 도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단임제 장벽 비켜가며 내각제 길닦기 분석
비리 기소 대비한 면책특권 노림수 주장도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62) 필리핀 대통령이 재직 중 하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필리핀 대통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국영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고향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편에서 일하기 위해 하원의원 출마를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등이 1일 보도했다. 그는 “공직에서 완전히 내려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내 고향 팜팡가주 사람들은 내가 공직에 머물기를 원한다. 많은 고민 끝에 고향 사람들 요청에 응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그가 고향 도시인 루바오를 자주 찾으면서 하원의원 출마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내년 5월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한꺼번에 열린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아로요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하원의원 선거운동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로요 대통령은 “하원의원 선거운동에는 아주 적은 시간만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는 아로요 대통령의 출마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아로요 대통령의 하원의원 출마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헌법을 의원내각제로 바꾼 뒤 총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절차라는 의혹이 있다. 6년 대통령 단임제를 못박은 현행 헌법 규정에 막혀 대선 재출마가 불가능하자, 아예 의회에서 헌법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평소 의원내각제가 유권자의 뜻을 더 잘 반영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필리핀 야당 사람들은 아로요가 하원의원이 돼 2004년 대선 결과 조작 및 각종 부패 의혹에 대한 기소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고도 의심하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사람들의) 추측일 뿐이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나친 권력욕이라는 비판도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20년을 집권한 독재자 마르코스 이후 필리핀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인물이다. 2001년 부통령이던 그는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뒤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2004년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뽑혔고, 내년까지 임기를 채우면 10년 동안 대통령 재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임기 동안 수차례 군부 쿠데타 시도와 탄핵소추 위기를 넘기는 등 곡절도 많았다. 최근에는 그와 정치적 동맹이었던 암파투안 가문이 라이벌 정치인의 대리인과 언론인 등 57명을 학살을 주도한 사건이 일어나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수도 마닐라에서는 30일에도 언론인 1000여명이 이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살된 사람들 가운데는 최소 30명 이상이 언론인이었다. 필리핀 당국은 1일 살인 혐의로 현직 시장인 안달 암파투안 2세를 기소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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