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상원 통과…여권신장 이정표 기대
민주주의 선거가 실시되는 세계 최대 인구국 인도에서 전국의회 및 주의회 의석의 33%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역사적인 제도의 시행이 가시화됐다.
인도 상원은 9일 정부가 발의한 ‘여성의석 할당법안’을 186 대 1로 통과시켰다. 애초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통과시키려던 이 법안은 소수민족, 이슬람, 하층카스트에 기반을 둔 소수정당과 사회당 출신 의원들의 의사진행 방해와 회기연기 등의 우여곡절 끝에 이들 의원들이 기권하면서 강행처리됐다. 법안은 다음주 하원에 이어 28개주 가운데 과반수인 15개주 의회를 통과한 뒤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된다. 법안을 지지하는 쪽은 여권 신장의 획기적 이정표로 환영하고 있으나, 반대 진영은 부유한 상층 카스트들의 세습에 이용될 수 있고 하층 카스트 출신에 대한 의석 할당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다. 이 법안은 1996년 처음 발의됐으나, 카스트, 종교, 민족, 성에 따른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이 엇갈려 표류해왔다.
남아시아의 경우 여성 지도자가 많지만 보통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교육 등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집권연정인 통일진보연합(UPA) 의장(소니아 간디)과 대통령(프라티바 파틸), 연방하원 의장(메이라 쿠마르)이 여성인 것은 물론 연방 하원 의원(총 545석)의 10.8%, 상원의원(총 250석)의 8.8%, 19개 주요 지방의회 의원의 8.5%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정치인이 많은 인도에서도 남아선호(남녀성비 0.933) 사상은 뚜렷하다.
민주주의와 선거지원을 위한 국제연구소(IDE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석과 후보에 강제적인 여성할당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적어도 74개국이다. 여성의원의 의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르완다(56.3%), 스웨덴(47.3%)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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