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6천대 작동 오류…현 정부 “선거 연기 가능”
오는 10일 열리는 필리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자동개표 시스템을 둘러싸고 말썽이 벌어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글로리아 아로요 정부가 자동개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선거를 연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고 5일 전했다. 아로요 정부의 대변인인 게리 올리바르는 “기술적 문제를 고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선거를 연기하는 것이 꼭 불합리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자동개표기 제조사인 스마트매틱은 이번주 초 자동개표기 7만6000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와 스마트매틱은 10일까지 오류를 수정할 것이며 선거는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고 필리핀 일간 <내셔널 인콰이어>는 전했다.
아로요 정부가 선거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에 대해선 음모론까지 일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집권 연장을 꾀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 2001년 부패한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쫓아낸 2차 피플파워로 집권했으나, 그 역시 부패와 반정부 인사 암살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2004년 대선 때 대선 결과 조작을 지시하는 듯한 내용의 녹음테이프가 공개되기도 했다. 부산외대 동남아지역원 김동엽 교수는 “아로요 대통령이 퇴임 뒤 각종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로요 대통령이 현직 신분으로 하원의원에 출마한 것도 이에 대한 대비라는 관측도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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