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총선 보이콧 정당등록 안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64)가 이끄는 야당 민족민주동맹(NLD)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족민주동맹이 미얀마 군사 정부가 올해 총선 참가를 위한 정당 등록 마감 시간으로 정한 6일 0시까지 등록을 하지 않아 해체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민족민주동맹이 정당 해체를 감수하고도 등록 거부를 한 이유는 이번 총선이 군정 연장을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정은 올해 일정은 정하지 않고 20년만에 처음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했는데,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의 총선 출마를 금지시켜 수치의 선거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수치는 지난달 “민족민주동맹의 총선 참여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얼마 뒤 민족민주동맹은 정당 등록과 선거 보이콧을 의결했다.
1988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이후 탄생한 민족민주동맹은 수치와 함께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대표해온 세력이다. 그해 영국에서 미얀마로 돌아온 수치는 민족민주동맹을 이끌기 시작했으며, 1990년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은 492석 중 394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미얀마 군정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민족민주동맹은 선거에서 이기고도 20년을 야당으로 지내야 했고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민족민주동맹 구성원들은 재야에서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일부는 새 정당을 창당하기로 하는 등 내분도 일고 있다. 친 마웅 쉐 전 민족민주동맹 대변인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선관위에 등록하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민족민주동맹 내부에서는 그동안 현실적으로 총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치 참여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며, 일단 참여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미얀마 군정은 새 정당에 대해선 오는 6월 6일까지 등록을 받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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