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결과 득표율 40% 독주
어머니 이어 대권획득 유력
어머니 이어 대권획득 유력
필리핀에서 부녀 대통령에 이어 모자 대통령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10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후보인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 상원의원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약 38% 개표한 결과, 아키노 후보가 40.44%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1년 부패 혐의로 축출된 조지프 에스트라다(73·국민의 힘) 전 대통령은 25.76%, 부동산 재벌출신인 마누엘 비야르(61·국민당) 상원의원은 13.98%에 그쳤다. 투표율은 약 75%로 예상됐다. 아키노 후보는 가문의 배경에 힘입어 투표 일주일 전에 발표된 2개의 여론조사에서 42%의 지지율로 2, 3위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선두를 지켰다.
아키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이번 선거에서 연임 임기를 마치고 하원의원 후보로 나선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현 대통령에 이어 한집안에서 2대 연속 선출직 대통령을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마르코스 대통령 독재 시절이던 1983년 아키노 후보의 아버지는 망명생활에서 귀국을 감행한 직후 마닐라공항에서 암살당했고,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는 ‘피플파워’의 힘으로 86년 대통령에 올라 6년간 재임했다. 아로요 대통령의 아버지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은 61~65년 대통령을 지냈다.
이번 필리핀 선거의 핵심 의제는 ‘부패 척결’과 ‘빈곤 구제’다. 필리핀은 사회 전반에 부패가 뿌리 깊은데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사회 불안정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은 심각한 재정적자 대책을 비롯해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필리핀 전역에서 정·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1만7000여명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3대 선거가 일제히 치러진 10일, 유권자들은 처음 도입된 자동투표 방식에 익숙지 않아 큰 혼란을 겪었다.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의 이름을 쓰던 과거 방식과 달리, 투표용지에 적힌 수많은 후보들 가운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찾아내 펜으로 원을 그려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는데다 출마자가 워낙 많은 탓에 투표용지 길이만 거의 1m나 됐다. 또 투표기 고장 등으로 투표시간을 예정보다 1시간 늘려 선거 저녁 7시까지 진행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새 투표시스템 개발업체인 스마트매틱사가 지난주까지만도 7만6000여개의 투표기 메모리칩을 리콜하는 등 투표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선거 뒤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필리핀 최대 일간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가 10일 지적했다. 한편 이날 수도 마닐라 외곽 바쿠르시에서 한 의원의 경호대와 경찰이 충돌해 경호대원 2명이 사살되는 등 폭력사태로 필리핀 전역에서 10명이 숨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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