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장악 ‘라차쁘라송 교차로’
군 저격수 고층 빌딩 곳곳 배치
시위대, 수류탄·사제로켓 맞서
군 저격수 고층 빌딩 곳곳 배치
시위대, 수류탄·사제로켓 맞서
타이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방콕 라차쁘라송 교차로 일대는 ‘거대한 요새’로 변했다. 방콕 최고 번화가지만, 면적 3㎢ 남짓의 이 지역은 외부와 철저히 봉쇄된 채 시위대가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군대와 대치하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군 저격수들이 고층 빌딩에서 시위대를 겨냥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타이어 등을 불태우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고 팽팽한 긴장감을 전했다. 타이 정부는 5성급 호텔 10여개, 대형 쇼핑몰 5개 등 번화한 이 지역에 지난 13일부터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어, 상가 영업은 물론 외국 대사관까지 운영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타이 정부는 16일 이 지역을 ‘진입 금지 지역’으로 선포하고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
타이 주재 한국대사관 서정인 공사는 16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타이 시위는 방콕 전체가 전쟁터가 아니라 봉쇄된 지역에서만 격화된 상태”라며 “사망자와 부상자는 바리케이드를 친 대치지역에서 충돌이 벌어져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봉쇄돼, 일반 시민보다는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위험에 더 노출된 상태다.
타이 군은 지난 13일 시작된 해산작전 이후 시위대 규모가 1만명에서 5천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저격수를 배치한 군대에 맞서 수류탄과 사제 로켓을 쏘면서 맞서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달 충돌 때 진압군한테서 상당한 화기도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방콕 포스트>는 “헬멧과 이어폰을 착용한 굳은 표정의 시위대 보초들이 군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고대 요새와 같다”며 “시위대에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조차 정부가 무력진압에 나선다면 맨손으로라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무력진압을 경고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 등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상태여서 섣불리 진압에 나섰다가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서정인 공사는 “정부와 시위대 사이에 타협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사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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