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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민주주의 무너져 ‘극과 극’ 유혈충돌

등록 2010-05-16 21:56

기득권층-빈민 ‘계급투쟁’ 시각도
분열정치 악순환·국왕 지도력 상실




내전 치닫는 대결 왜?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이번 유혈사태는 수도 한복판에서 정부군과 시위대가 무장 농성과 포위전을 전개할 정도로 타이의 정치·사회가 돌이키기 어려운 분열 상태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 유혈 악순환 낳은 분열의 정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지난달 유혈사태 뒤 11월14일 총선과 진상조사라는 카드를 꺼냈고 어느 정도 타협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 그러나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레드셔츠) 내부의 강경파가 의회의 즉각 해산과 유혈사태 책임자 단죄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악화됐고, 정부군이 레드셔츠 집결지에 단전·단수를 하고 시위대 강경파 지도자가 저격당하면서 2차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타협안을 제시하거나, 시위대가 타협안 또는 정부군의 압박의 영향으로 해산하는 해법이 있다. 그러나 타이 언론들은 근본적 갈등 해결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갈등 원인은 2006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몰아낸 군부쿠데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다시 총선에서 승리한 친탁신 정당이 2008년 ‘옐로셔츠’의 공항 점거시위 끝에 권좌에서 밀려나고, 군부의 후원을 받는 아피싯 총리가 의회에서 선출됐다. 민주주의 절차들이 무시된 데 이어 지난 2월 탁신 전 총리의 재산 몰수 조처가 단행된 게 레드셔츠의 봉기 명분이 됐다. 아르팃 우라이랏 전 국회의장은 <방콕 포스트>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탁신 계열이 권력을 잡겠지만, 반탁신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팃 전 의장은 레드셔츠의 구성성분을 △탁신 지지세력 △혁명 기도 세력 △친탁신 세력의 영향을 받는 빈민층 △친탁신 군인으로 구분했다. 이 중 농민과 도시빈민은 농가부채 경감과 서민 의료보험 도입 등의 영향으로 탁신 지지세력이 된 사람들이다. 이들과 아피싯 총리 쪽, 군부, 왕실이라는 엘리트층을 대비시켜 이번 갈등을 계급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위대를 이끌다 지난 13일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진 카띠야 사왓디폰이 현역 육군 소장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타이에서는 푸른 제복을 입었지만 레드셔츠를 지지하는 군인을 ‘수박 군인’이라고 부른다.

■ 푸미폰 국왕 지도력 상실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는 세력이 없고 양보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 문화에서, 푸미폰 아둔야뎃(82) 국왕은 고비 때 중재와 최종 심판자 구실을 해왔다. 그는 1973년 민주화 요구 시위와 1992년 쿠데타 때 정국 방향을 민주화로 트는 데 한몫을 하고, 2006년 쿠데타를 사후 재가하기도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6일 레드셔츠의 한 지도자가 국왕의 중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방콕에 있는 한·태 상공회의소의 안종국 회장도 “시위대에 대한 찬반이 현지인들 사이에도 완전히 갈린다”며 “국왕 등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미폰 국왕은 이번에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미폰 국왕이 현 정부를 마땅치 않게 여기더라도, 레드셔츠가 왕실에 호의적이지 않은 세력이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폐질환 등으로 입원중인 국왕의 장악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극단적 대결이 벌어지는데 국왕의 지도력마저 떨어진 상황은 타이의 앞날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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