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강제 해산” 목소리 높아 협상 제안에 침묵
타이 반정부 시위대가 18일 상원의원 64명이 중재자로 나선 협상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 재개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반정부 시위대인 일명 ‘레드셔츠’ 지도자 중 한명인 나타웃 사이끄아는 이날 “우리는 더이상의 인명 희생을 원치 않기 때문에 상원의원들이 중재하는 협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서 레드셔츠의 휴전 제의를 거부했던 아피싯 웨차치아 총리 정부는 상원의원 중재 제안에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상원 내에서도 의원 40여명은 레드셔츠들이 즉각 항복하고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희생자 38명을 낳은 유혈사태는 이날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타이 정부군은 전날인 17일 오후 3시까지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오후 3시 이후에도 강제해산 작전은 없었다.
이런 상황은 아피싯 총리와 아누퐁 파오찐다 타이 육군 참모총장의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누퐁 참모총장은 오는 9월 퇴역을 앞두고 강제해산 작전을 실행하면 자신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아누퐁 참모총장은 지난달 “의회 해산”을 해결책으로 언급한 적도 있다.
타이 군 내부도 분열돼 있다. 아누퐁 육군 참모총장이 강제해산에 소극적인 반면, 쁘라윳 짠오차육군 참모차장은 강제해산에 적극적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레드셔츠에 동조하는 타이 군 장교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들은 겉은 제복 색깔처럼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갛다는 의미에서 ‘수박’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파벌에 따라서도 강온파가 갈린다. 병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인 농민과 도시빈민이 주력인 레드셔츠와 어울리는 모습도 목격된다.
<에이피> 통신은 몇천명 수준인 레드셔츠가 더 조직적으로 보이고 타이 군 3만명은 오히려 무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타이 군인들이 최루탄을 자기 쪽에 쏘고 장갑차 등을 레드셔츠 시위대에 내준 채 도주하는 등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며, 군 지도부의 분열과 병사들의 레드셔츠에 대한 동정적 성향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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