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팔락 깐짜나쿤디(46) 선임기자
“민주적 절차밟은 정부 원해
군, 쿠데타 고려 가능성도
군, 쿠데타 고려 가능성도
타이 일간 ‘네이션’ 수팔락 기자 타이 정부가 18일 상원의원들이 중재하는 반정부 시위대와의 협상안을 거부했다. 지난 13일 이후 최소 38명이 숨진 타이 유혈사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5·18 기념 재단이 주최하는 2010 광주 아시아 포럼 참석차 17일 한국을 찾은 타이 일간 영자신문 <네이션>의 수팔락 깐짜나쿤디(46) 선임기자에게 타이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물었다. 그는 이번 시위가 “기본적으로 타이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라며 “정부의 강제 해산은 시위 재발만을 부를 뿐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타이 방콕 상황은 어땠나. “17일 아침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도 반정부 시위대(일명 레드셔츠)가 타이어 등에 불을 질러 생기는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을 봤다. 외부인 뿐만 아니라 방콕 시민들에게도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라차쁘라송 거리와 실롬 지하철역 부근은 매우 위험하다. 이 지역 상점은 모두 철시했고 은행도 문을 닫았다. 시위대와 군의 충돌 과정에서 몇몇 상점은 불타기도 했다. 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군은 실탄 사격도 하고 있다. 방콕 일부 지역은 서구 언론들이 전하는 것처럼 준 전시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타이 반정부 시위 발생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매우 간단하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이다. 아피싯 웨차치아 총리 정부는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등장한 비합법적 정부로 시위대는 보고 있다.” - 시위대가 지지하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도 부패 정치인이라는 혐의가 있지 않나.
“탁신은 부패한 정치인이 맞다. 그러나 탁신이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해서 2006년 탁신을 군사쿠데타로 축출한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었으며 민주적인 방법도 아니었다. 타이에는 반부패법이 존재한다. 탁신의 부패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해결할 문제였다.” - 레드셔츠는 어떤 사람들도 구성되어 있나. “농민, 도시 빈민, 탁신 지지자, 퇴역 군인, 지식인, 공산주의자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지식인들 가운데 빈민층에 온정적인 좌파적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농민들 같은 경우에 북부 치앙마이 등 지방에서 대규모로 시위를 벌이기 위해 방콕에 몰려들었다. 이런 현상은 냉전 시대 공산주의자들이 방콕에서 활동한 것을 빼놓고는 타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 타이인들은 레드셔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콕 시민들은 두 달 넘게 지속된 시위 때문에 지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콕 중산층은 레드셔츠 시위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 하지만 타이 전체적으로 레드셔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보면 분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이에서는 지금 사법부와 군부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계층 대 농민과 도시빈민의 대립 구도가 뚜렷하다. 이들의 레드셔츠에 대한 생각은 아주 다르다.” - 타이 정부가 강제 해산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해결할 수 없다. 레드셔츠에는 완전히 통일된 지도부가 없다. 레드셔츠는 다양한 사람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모여있으며, 그들 사이에 여러 지도자가 있다. 지도자 몇 명을 체포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없다. 타이 정부가 시위대 강제 해산을 밀어붙인다 해도, 이후 시위대가 다시 조직되고 시위는 재발할 것이다. 강제 진압은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다.” - 그렇다면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정부와 시위대의 대화와 협상 외에는 없다. 또한 조기 총선 실시를 빼놓고는 해결책을 이야기할 수 없다.” - 타이 군은 강제 해산을 택할 것인가. “타이 군은 강제 해산을 하기를 꺼리고 있다. 타이 군이 강제 해산을 택하더라도 자신들이 쓸 수 있는 힘 전부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타이 군 지도부가 유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아누퐁 파오찐다 타이 육군참모총장은 오는 9월 퇴역을 앞두고 있어 특히 그렇다. 아누퐁 밑의 지도부 역시 아피싯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유혈사태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두번째로, 군 내부가 강경 진압을 주장하는 쪽과 온건파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 쿠데타 가능성이 있는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군이 쿠데타로 상황을 종결시키면 군 지도부는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될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누퐁 육군 참모총장이 쿠데타를 주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육군 참모차장 등 아누퐁 아래의 장교 그룹에서 쿠데타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 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국왕이 건강하다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 국왕은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1973년과 1992년 민주화 시위 때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왕은 지금 몇달째 병원에 입원중이다. 국왕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몇 달 동안 국왕에 대해 나온 소식 대부분은 국왕이 병원에 입원중이라는 것이다.” 조기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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