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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투항 뒤에도 뜨거운 ‘분노의 불씨’

등록 2010-05-19 21:50수정 2010-10-29 11:17

장갑차 내세워 강력 진압…농민중심 강경파 저항 계속
군부·왕실 관련건물 방화…야간통금 23개주로 확대돼




19일 해산선언을 하는 지도부의 연설에 레드셔츠 시위대 사이에선 울음이 터져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전했다. 유혈진압에 이은 장갑차와 자동화기를 앞세운 군의 강력한 해산작전에 타이 농민과 빈민층들의 민주화 요구 목소리는 결국 억눌릴 수밖에 없었다.

■ 전격 진압작전 이날 동이 트기 직전 시위대가 장악한 라차담리길 남쪽의 라마4세길에 장갑차의 굉음이 들렸다. 모습을 드러낸 장갑차에 이어 진압군 수백명이 M-16 소총을 들고 뒤따랐다. 한 군인은 <에이피>(AP) 통신에 “오늘이 디데이”라고 말했다.

첫 목표는 라차담리길 남단 살라댕 교차로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였다. 장갑차로 바리케이드를 부수려는 진압군에 레드셔츠는 총격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저격수의 조준사격과 자동소총 난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살라댕 교차로 오른쪽의 룸피니 공원 등에도 진압군이 진격해오기 시작했다. 3㎢ 넓이 지역을 점거해 오던 레드셔츠의 무장대원들은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진압군은 “나와서 항복하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소리쳤다. 현장은 고층빌딩 벽을 울려대는 총성과 불붙은 타이어의 시커먼 연기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레드셔츠 지도부가 도주했다는, 선무방송에 가까운 정부 쪽의 텔레비전 생방송 소식도 들려왔다. 진압군은 현지시각으로 오전 11시40분께 룸피니 공원을 장악하는 등 하나둘 교두보를 확보해 갔다. 점거지역 외곽의 7개 바리케이드와 소규모 거점에 진출해 있던 레드셔츠들은 주력이 있는 라차쁘라송 교차로 쪽으로 점점 조여오는 포위망에 뒷걸음질쳤다.

밀릴 데까지 밀린 시위대 3000여명을 이끌던 레드셔츠 지도부는 마침내 이날 오후 백기를 들었다. 지도급 인물 7명이 경찰에 투항했고, 시위대에는 저항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투항을 선언하는 레드셔츠 지도부의 눈이 젖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두 달여 사이에 75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콕의 혼란은 오후 2시께 “상황이 통제 아래 놓였다”는 군의 발표로 일단락됐다.

■ 곳곳 방화 레드셔츠 지도부가 투항 전 해산을 종용하고 정부도 귀가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강경파 시위대는 작은 무리로 몰려다니며 곳곳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의 상당수는 북동부 지역에서 온 농민들이다.

특히 라차쁘라송 교차로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증권거래소, 언론사, 쇼핑몰, 은행, 상점 등이 표적이 됐다. 20층짜리 채널3 방송국 건물 6층에서 불이 났지만 총을 쏘는 시위대 때문에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헬리콥터가 옥상에 대피한 100여명의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영어신문 <네이션>과 <방콕 포스트>도 시위대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직원들이 대피했다. 방콕의 밤하늘은 고층건물의 화염과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현지 소식통은 “공격을 받은 언론사들은 편파보도라는 비난을 들어온 곳들이고, 건물이나 상점도 왕실이나 군부와 관련이 있는 곳들”이라고 전했다.


상황 종료를 선언했던 타이 정부도 사태가 새로운 양상을 띠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대변인 빠니탄 와따나야꼰은 이날 저녁 “라차쁘라송 교차로와 룸피니 공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작전을 계속해야 할 여러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타이 정부는 이날 오후 1992년 이래 처음으로 수도 방콕에 저녁 8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이를 북부와 북동부의 23개 주까지 확대했다. 방콕/조기원 기자, 이본영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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