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돌아가지만… 아들과 함께 타이 방콕의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20일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신해 있던 사찰을 떠나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타이 ‘홍동의 현장’을 가다]
진압현장 불교사원엔 시위대 참혹한 주검들…
고급 백화점·쇼핑센터 불타…도심 곳곳 폐허
진압현장 불교사원엔 시위대 참혹한 주검들…
고급 백화점·쇼핑센터 불타…도심 곳곳 폐허
20일 오전 방콕 수쿰윗 길에서 총을 든 군인이 막아섰다. “잠깐만 둘러보겠다”는 기자의 말에 잠깐 머뭇하더니 길을 열어준다. 라차쁘라송, 센트럴월드, 시암파라꼰 등으로 이어지는 이 길부턴 차량이 통제돼 모두 걸어다녀야만 했다. 19일 전격 강제해산 작전을 벌일 때 치열한 충돌이 일어났던 왓 빠툼 와나람 사원. 시위 막바지에 시위대 지도부가 여성과 노약자 등을 임시로 피난시켰던 이 불교사원에서 이날은 사람들이 레드셔츠 시위대 6명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불분명한 주검도 있었다. 이마와 가슴 등에 총을 맞은 듯 핏자국이 선명한 주검 위로 기자들의 사진세례가 이어지는데, 별다른 제지도 없었다. 입구에서 총을 내려놓은 채 앉아 있던 군인 한명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들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했다. 강제해산 작전 뒤에도 남은 일부 레드셔츠는 그들의 분노를 방화와 파괴로 드러냈다.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쇼핑센터인 센트럴월드는 20일 오전 11시께에도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검은 연기 사이로 소방관들이 남은 불길을 잡기 위해 물을 뿌려댔다. 센트럴월드와 젠백화점 연결부분은 완전히 불타 검은 형체만 남았다. 시피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몇 곳도 창문이 크게 깨졌다. 레드셔츠는 기득권층의 소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건물에 공격을 집중하는 것 같았다.
소방대원들이 20일 타이 방콕 중심가의 센트럴월드에 물을 뿌리고 있다. 타이 최대 쇼핑몰인 이곳은 전날 밤 레드셔츠 지도부의 투항 선언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의 방화로 불에 탔다. 방콕/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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