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길러드, 집권 노동당 대표로 ‘만장일치’ 선출
영국 출신의 진보성향…“정부 정책 일관되게 추진”
영국 출신의 진보성향…“정부 정책 일관되게 추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24일 전격 교체됐다. 줄리아 길러드(48)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집권 노동당의 특별의원총회에서 112명 의원 만장일치로 노동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취임했다.
집권 노동당의 지도부 교체는 최근 정책 혼선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한 케빈 러드(52) 전임 총리체제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당내 위기감에서 촉발됐다. 전날 노동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총이 러드 대신 길러드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보도된 직후, 각 주의 유력 정치인 등 당내 중진들이 길러드에게 당의 새 얼굴이 돼 줄 것으로 요구하면서 당권 도전에 미온적이던 길러드도 마음을 바꿨다. 당내 지지를 등에 업은 길러드는 이날 밤 총리관저에서 러드와 담판을 벌이며 사임하든가 당대표 경선을 치를 것을 요구했다. 24일 오전 경선 직전 세 불리를 확인한 러드가 경선 직전 출마를 포기하면서 당찬 여성정치인 길러드가 당대표에 무투표 당선됐다.
85년만에 이민자 출신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 길러드는 1961년 영국 웨일스에서 탄광 광부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기관지폐렴을 앓던 길러드가 4살 때 그의 부모는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왔다.
길러드는 일찌감치 정치인 소양을 보였다. 대학 2학년 때 노동당에 가입했고, 멜버른 대학 재학시절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여성으로는 두번째로 전국 학생회장에 선출됐고, 진보성향의 사회주의자포럼 사무국장으로 능력을 보였다. 졸업 뒤 산업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1998년 연방의원에 당선됐고, 의정활동을 통해 ‘노동당 내 최고의 토론자’로 명성을 쌓으면서 차세대 지도자감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2006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 부총리 외에 교육부장관, 고용장관, 사회통합장관을 겸임해 왔다.
러드 전임 총리는 2008년 말 세계 금융 위기 때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피하면서 한때 7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천연자원 이익세, 이산화탄소 배출 거래권 등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대에 막혀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면서 끝내 당내 반란으로 2년반 만에 총리직에서 도중하차했다.
길러드 새 총리는 “(갈팡질팡했던) 정부 노선을 제 길로 되돌리기 위해 공통의 컨센서스를 우선적으로 찾아나갈 것”이라며 전임 노동당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을 더욱 의욕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유리천장을 머리로 깨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 바닥에 두발로 굳건히 서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 길러드 총리는 이번 주말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세계 외교무대에 데뷔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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