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방치…100만명 임시 텐트촌 생활
정부·구호기능 마비로 “모든 것이 정체돼 있다”
정부·구호기능 마비로 “모든 것이 정체돼 있다”
“새집을 준다더니, 어디 있나?”
지난 1월 아이티 지진으로 집을 잃은 한 이재민은 최근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12일로 약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이 일어난 지 6개월, 아이티는 아직 재앙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재민은 임시 텐트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직 100만명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10일 전했다. 우기에 접어들면서 쏟아지는 폭우는 텐트촌 생활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 현재 130개 텐트촌이 허리케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토지문서 분실 등도 은행에 담보물 제공을 어렵게 만들어,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삶을 꾸리기도 힘든 실정이다. 잔해가 처리되지 않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여전히 무너진 건물들이 상당부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지진 발생 당시 쏟아졌던 국제사회의 원조 약속도 경제 위기 등으로 60% 정도만 이행된 상태다. 아이티 정부 관계자는 “각국 정부와 국제 원조단체들이 지진 발생 당시처럼 긴급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이곳에서는 모든 게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전달된 지원금도 대부분 식량이나 피난처, 의약품 등 긴급구조에 쓰도록 지정돼 있어, 현지 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아이티 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각종 구호단체와 원활한 공조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뭘하고 있나”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병원 의료진은 제때 급료가 지급되지 않아, 인력이탈과 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이르는 73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재건에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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