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노동당 73석 그칠듯
5석 얻은 무소속·녹색당
영입여부에 집권당 갈려
<헝 의회: 과반 획득 정당이 없는 의회>
5석 얻은 무소속·녹색당
영입여부에 집권당 갈려
<헝 의회: 과반 획득 정당이 없는 의회>
“유권자들은 의사표현을 했지만,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말했는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21일 치러진 오스트레일리아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승부가 나지 않자,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개표 소동에 대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읊었다. 길라드 총리는 지역구인 멜버른에서 지지자들한테 “(노동당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할) 불안한 며칠”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22일 오후까지 집권 노동당이 70석, 야당인 자유-국민연합이 72석의 하원 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지 <에이비시>(ABC) 방송은 비슷한 시간대에 여당이 73석, 야당이 70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했다. 무소속이 3석, 녹색당이 1석을 차지한 상태라, 여야 모두 150석의 과반인 76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에이비시>는 최종적으로 두 당 의석이 73석으로 같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과반을 점한 정당이 없어 ‘안정되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는 의미의 이른바 ‘헝 의회’가 탄생한 것은 1940년 이후 70년 만이다.
승자를 선언할 수 없는 결과에 여야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며 기싸움에 나섰다. 길라드 총리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부 구성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사실상의 승리를 주장했다. 토니 애벗 자유-국민연합 대표는 “노동당은 소수당으로서 효과적인 통치를 못할 것”이라며, 여당 의석(현재 88석)을 크게 줄인 유권자들의 뜻이 무엇이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며칠 안에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이는 집권당 결정은 무소속과 녹색당이 차지한 4석의 향배에 달렸다. 노동당과 자유-국민연합은 즉각 영입 작업에 착수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토니 윈저는 22일 “아주 호의적인 전화 두 통을 받았는데, 하나는 (어제) 저녁에 총리가 축하의 뜻을 밝힌 것”이라며 “새벽 1시15분에는 야당 대표도 축하 전화를 해왔다”고 말했다. 길라드 총리는 이날 녹색당 지도부를 만났다.
무소속 당선자 3명은 과거 야당 소속이었고, 녹색당은 노동당과 가깝다. 그래서 얼핏 야당이 이합집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자신들 지역구에 유리한 정책을 펼 정당을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소속 당선자들은 23일 만나 어느 당의 ‘러브콜’에 응할지 의논하기로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권 안팎에서는 불과 두달 전 최초의 여성 총리로 등극하며 인기가 높았던 길라드 총리가 위기에 처한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 인기가 떨어진 케빈 러드 전 총리를 ‘당내 쿠데타’로 밀어낸 게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길라드 총리는 노령층 연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늙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고 발언했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보도됐는데, 러드 전 총리 쪽이 이런 폭로를 기획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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