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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필리핀 어설픈 대응이 참극 불러” 홍콩 부글부글

등록 2010-08-24 20:19수정 2010-08-24 21:41

인질범 요구 대응에 차질 빚고 협상하던 동생 끌어내
아키노 “장비부족·훈련 필요” 인정…홍콩, 여행 금지
“인질범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저는 좌석 밑으로 기어들어갔어요. 그다음 필리핀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버스 안으로 들어왔죠. 버스 안에 있던 우리들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어요.”

23일 벌어진 필리핀 마닐라 관광버스 인질극에서 살아남은 홍콩 관광객 생존자 왕 주야오(15)는 마지막 진압작전의 긴박한 상황을 <에이피>(AP) 통신에 전했다.

홍콩 관광객 8명과 인질범인 전직 경찰 롤란도 멘도사(55) 등 모두 9명이 숨진 이날 사건 이후 24일 충격과 슬픔에 빠진 홍콩 곳곳에 조기가 게양된 가운데, 필리핀 경찰의 어설픈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홍콩 <명보>는 24일 “필리핀 경찰이 무능했다”고 보도했고, 홍콩 <신보재경신문>도 “필리핀 경찰이 전문적으로 대응했다면 분명히 유혈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이피> 통신은 실패로 끝난 필리핀 경찰의 1차 진압작전을 “망치로 버스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다 실패하는 모습이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초기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는 듯했다. 필리핀 경찰의 설득에 인질범 멘도사는 관광버스 탑승자 25명 중 9명을 풀어줬다.

그러나 지난해 직권 남용과 금품 수수 혐의로 파면된 것이 부당하다며 복직을 요구하던 멘도사가 시 옴부즈맨의 수락 문서를 요구하면서 사건은 꼬였다.

시 옴부즈맨의 문서는 마닐라의 악명 높은 교통 정체 탓에 전달이 몇시간이나 늦어졌다. 간신히 도착한 문서에 이번엔 옴부즈맨의 서명이 없다고 멘도사는 인질 석방을 거부했다. 경찰 간부가 다시 발송한 문서가 도착했을 때는 총격전이 시작된 이후였다.

필리핀 경찰은 역시 경찰인 멘도사의 동생을 통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화가 커졌다. 동생 그레고리오는 형과 파면의 부당함에 대해 같이 이야기했고, 경찰은 그레고리오를 끌어냈다. 멘도사는 흥분해 경고사격을 했다. 경찰이 1차진입을 시도하면서, 멘도사의 총격에 진압 경찰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와중에 필리핀 운전수가 탈출을 시도했고, 극도로 흥분한 멘도사는 남은 관광객 15명을 향해 총을 쐈다. 필리핀 경찰은 멘도사를 조준사격해 쓰러뜨리고 진입에 성공했지만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자신의 성을 렁이라고 밝힌 여성은 “남편이 멘도사를 막으려 달려들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말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경찰을 변호하면서도 “장비가 부족했고 훈련도 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홍콩은 필리핀에 대해 여행 취소와 여행객 즉시 철수를 요구하는 ‘블랙 트래블’ 경고를 내렸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고,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알베르토 로물로 필리핀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사건 경위에 대한 철저 조사 및 경위 통보를 요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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