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0만 ‘제2의 도시’ 강타했으나 500여채만 부서져
부상자 몇명뿐…총리 “동트기전 발생해 인명피해 모면”
부상자 몇명뿐…총리 “동트기전 발생해 인명피해 모면”
4일 뉴질랜드에서 강진이 발생해 대도시를 강타했으나,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날 새벽 4시35분께 뉴질랜드 남섬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인구 40만명이 사는 이 나라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타격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규모 5.3의 여진을 비롯해 무려 19차례의 후속지진도 잇따랐으며, 한때 시속 130㎞의 강풍 경보도 발령됐다. 진앙은 이 지역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30㎞ 떨어진 곳의 지하 33㎞ 지점이었다. 첫 지진으로만 500여개의 건물이 부서지고 도로와 전선이 끊기고 상하수도와 가스관이 터지는 등 140억달러(약 16조480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진으로 숨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확인된 부상자도 2명에 그쳤다. 이는 올해 초 아이티 지진(규모 7.0) 사망자 22만명, 지난 4월 중국 칭하이성 지진(6.9) 사망자 2000여명 등 다른 지진 피해와 크게 대조된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현지 텔레비전 <원 뉴스>에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돌렸다. 그는 “큰 인명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던 한 이유는 지진이 동트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만일 지진이 다섯 시간만 더 일찍 또는 더 나중에 일어났다면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 있었을 시각이므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진이 해저가 아닌 땅 밑에서 발생해 쓰나미(지진해일)가 없었던 것도 천행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뉴질랜드의 엄격한 건축기준이 지진피해 최소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뉴질랜드는 1931년 규모 7.8의 강진으로 256명이 사망한 이후 강력한 내진 설계를 법규화했다. 실제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대다수는 내진 설계가 적용되기 이전에 지어진 낡은 회반죽 벽돌집들이었다. 웰링턴 매시대학의 데이비드 존스턴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내진 설계가 (피해 최소화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1931년 이래 뉴질랜드가 기울여온 노력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8일까지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피해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복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존 카터 시민보호장관은 유엔과 미국이 지원을 제의했으나 자력 복구가 가능해 사양했다고 말했다.
지질학계는 단층선 균열을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캔터베리대학의 지질학자인 마크 퀴글리 교수는 <에이피>(AP) 통신에 “이번 지진은 지각의 태평양판과 오스트레일리아판의 지속적인 충돌로 생겼다”며 “단층선을 따라 새로운 지각 균열이 생기면서 지각 일부를 들어올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지역에선 연간 1만4000차례의 지진이 발생하며, 진도 5.0 이상의 중대형급도 20여차례에 이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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