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 일본학교에 쇠구슬 던지고 일본제품 불매운동 호소
대만서도 반일시위…‘해빙 무드’ 양국관계 전환점 될수도
대만서도 반일시위…‘해빙 무드’ 양국관계 전환점 될수도
지난 12일 밤 중국 톈진에 있는 일본학교에 쇠구슬이 날아들었다. 달리는 차에서 던진 이 구슬에 맞아 정문 옆 경비실 유리창들이 깨졌다. 다음날 아침 이 학교 건물 벽에는 노란색 페인트로 “중국 인민은 침범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지난 7일 중-일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이래 중국의 반일감정이 치솟고 있다. 지난 2007년 원자바오 총리의 일본 방문 이후 해빙 분위기를 즐겨온 양국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최대의 해커 조직인 ‘중국 홍커연맹’은 12일부터 일본 정부 사이트들을 공격하자는 공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18일을 ‘국치일’로 정해 대규모 해킹 공격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18일은 1931년 일본의 중국 침략 도화선이 된 ‘9.18 만주사변’ 기념일이어서 반일정서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인터넷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에서도 시위대 5명이 댜오위다오에 상륙해 반일시위를 벌이겠다며 어선을 빌려 항해를 했으나 14일 일본 순시선은 이들을 막고 강제로 돌려보냈다. 타이베이에서는 이날 일본교류기금회 앞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생선 등을 내던지고 일본 국기를 찢고 불태우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일본을 향해 외교적 관례를 넘어선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밑으로부터’의 반일감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중 일본대사를 4차례나 불러 강력하게 항의한 중국 정부는 15일로 예정됐던 리젠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부위원장의 일본 방문 계획도 연기한다고 하루 전인 14일 일본 의회에 통보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일본에 약한 태도를 보이면 영토·주권 문제에 대해 굴복한다는 비난이 정부에 쏟아질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일본이 나포한 중국 어선 승선자 중 선장을 뺀 선원 14명을 석방하자,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와 인민이 영토를 지켜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이번 사태에 ‘미국의 그림자’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와 관련해 중국에 도전장을 던지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미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일본 민주당 정부가 댜오위다오 문제를 건드린 것이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류장융 교수는 <연합조보>에 “일본과 미국이 올해 오키나와 기지 문제로 갈등하던 와중에 중-일 갈등이 고조되면서 미일 갈등이 완화됐고 민주당은 중국을 겨냥한 방위계획대강도 발표할 예정인데, 댜오위다오 사건은 이런 일본 민주당의 의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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