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서 가사 도우미하다 성폭행당해
남편 등 가족들 알까 두려워 쓰레기통에…
남편 등 가족들 알까 두려워 쓰레기통에…
지난 주말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는 태반도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기가 항공기 쓰레기통에서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채 발견됐다. 걸프에어라인 소속 바레인발 여객기에서 나온 쓰레기통 안에 아기가 휴지에 돌돌 말린 채 있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기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필리핀 당국이 며칠 만에 찾아낸 아기 어머니의 사연은 가난 때문에 해외에서 가사 도우미 등으로 일하는 수많은 필리핀 여성들의 사정과 맞닿아 있었다.
라니 메르카르도 필리핀 의원은 14일 “아기 엄마라고 시인한 여성을 만났다”며 “이 여성이 카타르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다가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용주의 부인은 그가 임신한 사실을 안 뒤 출국할 것을 강요했고, 그는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서 산기를 느낀 그는 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그는 메르카르도 의원에게 아기를 숨긴 이유에 대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사실을 알면 뭐라 할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필리핀 경찰은 여객기 좌석에 남겨진 핏자국을 실마리로 아기 어머니를 찾아냈다. 북부 아파야오 출신으로 올해 30살인 그는 필리핀에 남편이 있으며 두 아이의 어머니다. 지난해 3년 계약으로 카타르에 갔으나 중도 귀국하는 바람에, 고국의 가족들은 그의 귀국을 의아해했다고 한다.
필리핀 당국은 “아직 아기 어머니라고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최소 한 달 가량 걸리는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현재 아기는 필리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0명 중 1명꼴로 국외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비교적 부유한 중동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각종 학대를 받는 경우가 상당하며, 때로는 고용주 집에서 탈출해 필리핀 대사관으로 몸을 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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